[김원곤의 영국에서 온 편지]

진보 정치인의 죽음



이형!

한국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지요? 심지어 더위로 인한 열사병으로 열 명 가까운 노인들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영국까지 들립니다. 영국의 날씨도 74년 이후 처음으로 hose ban(호스로 정원에 물을 주는 행위를 금지함)까지 내려졌습니다. 서울의 38도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26도까지 오르는 더위가 한창입니다. 뉴욕은 어떤지요.

 

매일 자고 일어나면 충격적인 뉴스가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청렴한 진보 정치인으로 알려진 정의당 원내 대표 노회찬 의원이 투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몇 자 적습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생각났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교적 깨끗한 사람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구현하려고 몸부림치던 정치인이었죠. 부패하고 더러운 세태를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보려고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돈으로 모든 나쁜 일을 저지르고 있는 세상을 그 얼마나 증오했던가요. 그 놈의 6백만 불 때문에 세상을 등지다니 진짜 나쁜 정치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보다 적은 액수인데 말입니다.

 

그것도 본인은 모르는 그 가족들이 한 행위였죠. 나중에 알고 보니 버릴 수도 없는 내 가족이 그랬다고 하니 아뿔싸 이를 우짜노 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던져 버렸지요. 그 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이형께서도 소생과 함께 무척 기뻐하던 생각이 납니다. 소생은 진영이 고향이라 학교 동문이기도 했지만 그 분의 깨끗한 정치철학과 지역감정 타파 등의 자세가 좋았지요.

 

오늘 세상을 등진 노회찬 의원도 진보 정치를 지향하고 자신은 사회주의자라고 법정에서 외치기도 했습니다.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던 검사들의 명단을 발표했다가 의원직 박탈을 당할 정도로 돈거래를 싫어했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드루킹이란 괴물에 걸려들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유서에서 밝힌 대로 4천만 원 받은 것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이 없는 돈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단지 후원금 수령 절차를 밟지 않았던 본인의 불찰을 후회했습니다. 본인이 지켜온 정치 철학의 청렴한 이미지가 언론의 까발리기식 보도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2016년도에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데 왜 극단의 행동을 했을까요. 아마도 유서에서 밝혔듯이 본인의 이미지 손상보다 본인이 속해있는 정의당의 이미지 손상에 더 마음이 아팠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조금씩 인지도가 오르는 정의당의 대중 지지율에 누가 되지 않게 하려고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소생의 생각입니다.

 

오늘날 청렴한 정치인은 죽어 버리고 부패한 정치인은 살아서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습니다. 혼탁한 세상을 밝은 세상으로 만들려고 정치를 한다고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그런데 왜 세상은 더 혼탁해지는 것일까요.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입니다.

 

망언다사


영국 맨체스터에서 김원곤



서문강 기자
작성 2018.07.24 09:37 수정 2020.07.0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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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