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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
메마른 땅들이 촉촉이 젖겠구나
애써 몸 비틀며 견뎌오던 밭작물들
새파란 새순을 돋으며 잘도 크겠지
빗물에 탁한 공기도 맑아 지겠지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도 거세진다
어느덧 흙먼지만 날리던 안마당이
물바다로 변하고 웅덩이도 생겼구나
물먹은 잔디밭이 파랗게 뒤덮이고
잡초도 무성하여 일손도 바빠지겠네
느닷없는 뇌성벽력에 번개가 친다
한낮인데 어둡고 앞산도 잘 안보이고
뒷도랑의 물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앞 개울에는 황토물이 우렁차게 뒤집히며
뚝방이 넘치지 않을까 무너질까 겁난다
오늘은 저 세찬 물줄기가 잡동사니를 쓸어가고
내일은 계곡물이 맑아지고 하늘도 청명하겠지
내 가슴속에 응어리와 고민거리도 모두 쓸려가고
시원한 새 바람이 불어오면 좋으련만
어둠이 짙어져야 새벽이 밝아오고
세찬 비바람이 그치면 화창한 새 세상이 열릴 거야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