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선보 칼럼] 나를 지키는 단 5분의 마법

심선보

언제부턴가 SNS를 열면 ‘갓생’이라는 단어가 가득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독서를 하고, 운동까지 마친 뒤 활기차게 출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 감탄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론 숨이 턱 막힌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생활인인 우리에게 그런 거창한 루틴은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만드는 숙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를 지탱하는 루틴이 그렇게 대단하고 완벽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몇 해 전, 삶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유난히 일이 몰려 밤낮없이 모니터만 바라보던 시기였다. 주말이 되어도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방은 어질러졌으며, 마음은 늘 불안과 무기력 사이를 출렁였다.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주변 상황이 쥐고 흔드는 기분이었다.

 

그때 아주 사소한 규칙 하나를 세웠다.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대신, 무조건 주방으로 가 머그잔을 깨끗이 씻고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것이었다. 단 3분도 걸리지 않는 단순한 행위였다.

 

놀라운 것은 이 작은 행동이 가져온 변화였다. 밤새 굳어있던 몸에 따뜻한 물이 들어가며 깨어나는 감각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오늘 하루의 시작을 내 의지대로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이 생겼다. 방치되어 있던 삶의 영역을 아주 조금이나마 내 통제하에 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작은 물 한 잔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물을 마시고 나면 자연스레 이불을 개게 되었고, 침대가 정돈되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사소한 좋은 습관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지만, 아침의 그 짧은 루틴 덕분에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에 단단한 뼈대가 생겼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로 가득하다. 갑자기 잡힌 야근, 인간관계에서 오는 오해,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까지. 세상은 늘 우리를 흔들어놓으려고 준비 중인 것만 같다. 이런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만의 루틴’을 갖는다는 것은, 삶의 태풍 속에서 나를 붙잡아줄 단단한 닻을 내리는 일과 같다.

 

루틴은 대단한 성공이나 생산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남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할 정도로 사소해도 상관없다. ‘퇴근길 버스에서는 무조건 좋아하는 음악 한 곡만 깊게 듣기’, ‘자기 전 일기장에 오늘 있었던 일 딱 한 줄 적기’, ‘샤워하면서 좋아하는 노래 한 줄 읊조리기’ 같은 것들 말이다.

 

중요한 것은 효율이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흔들어대도,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보낸다”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 감각이다. 그 감각이 매일 조금씩 쌓여 자존감이 되고, 일상을 버텨낼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된다.

 

오늘도 세상의 속도에 치여 이리저리 흔들렸다면, 내일 아침에는 나만을 위한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를 시작해 보는 것을 권한다. 남들에게 증명할 필요도 없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결국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삶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심선보]

칼럼니스트

머니파이 대표

금융투자 강사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시부문 작가 등단

저서:‘마음이 머물다 간 자리’, ‘초보를 위한 NPL 투자 가이드’

메일 : ssonbo@nate.com

 

작성 2026.06.05 10:53 수정 2026.06.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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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