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없다"… 합의문 잉크 마르기도 전에 빗장 건 네타냐후

미·이란 '이슬라마바드 합의' 무색…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점령 고수 선언

트럼프도 제동 걸었다 — 이스라엘·미국 레바논 신경전 속내

무엇이 네타냐후를 이토록 완강하게 만드는가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미국과 이란이 14일 이른바 '이슬라마바드 합의'를 통해 레바논을 포함한 전쟁 중단에 합의했음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6월 18일 "안보가 요구하는 한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다"고 덧붙였고,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 약 10km 내부까지의 점령 지도를 공개했다.

 

종전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한 사람의 단호한 거부가 중동의 위태로운 평화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2026년 6월 18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미국과 이란이 도출한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남부 점령지에서 군대를 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쟁을 멈추기로 한 강대국들의 약속과 그 약속을 따르지 않겠다는 당사국의 의지가 정면으로 부딪친 순간이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6월 14일 발표된 미국·이란 합의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성사된 이 14개 항목 합의는 '이슬라마바드 합의'로 불리며, 그날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화상으로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합의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전쟁의 종식,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미국이 이란에 가한 해상 봉쇄의 해제 등이 담겼다. 

 

문제는 이 합의가 레바논을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과 영토 철수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3월 2일 이후 레바논 남부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이어 왔고, 레바논 당국 집계로 사망자는 3천900여 명, 부상자는 1만 1천800여 명, 피란민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강대국의 약속과 전장의 현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긴 것이다.

 

네타냐후는 6월 18일, 서안지구를 지나는 60번 도로 재개통 행사 자리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를 다시 세우겠다"며 "이를 위해 레바논 남부의 안보 지대를 유지해야 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필요가 요구하는 한 그곳에서 물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의가 휴전을 명시했음에도 그는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난관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강조했다. 테헤란을 겨냥해서는 "우리를 이끄는 지고의 목표를 지킬 것이며,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 안쪽으로 최대 10km까지 뻗은 점령지를 표시한 지도를 공개하고, 작전상 필요로 해당 지대에 주둔 중이라고 밝혔다. 말과 행동이 한 방향을 가리킨 셈이다.

 

이 강경 행보의 배경에는 워싱턴과의 미묘한 신경전이 자리한다. 트럼프는 이번 주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조금 더 절제할 수 있다. 헤즈볼라 대원 하나가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건물 전체를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도 네타냐후를 "좋은 사람"이라 칭하며 다음 선거에서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측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자국이 미국과 "완강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고, 현재까지 미국이 철군을 공식 요구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완전 철수가 합의 이행의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격이 계속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쪽은 안보를, 다른 쪽은 주권을 내세우는 사이, 레바논 남부의 마을들은 또다시 불확실성의 한복판에 놓였다.

 

서명 한 장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는 다시금 일깨운다. 강대국이 그어 놓은 종전의 선과, 그 선을 인정하지 않는 당사국의 의지가 어긋날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국경 마을에서 짐을 싸야 했던 사람들의 일상이다. 

 

네타냐후의 "철수는 없다"는 선언은 자국 안보를 향한 결연한 외침이지만, 동시에 100만 피란민이 돌아갈 집을 기약 없이 미루는 말이기도 하다. 합의문에 적힌 평화와 현장에 남은 점령지 사이의 거리는, 결국 사람의 발걸음으로만 메워질 수 있다. 멈춤을 약속한 손과 멈추지 않으려는 손이 같은 탁자 위에서 맞부딪칠 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끝났다고 선언된 전쟁이 끝나지 않을 때, 그 무게를 가장 무겁게 짊어지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작성 2026.06.19 11:44 수정 2026.06.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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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