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화의 상담이야기]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없애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 배워야”

고용 불안과 주거 부담, 높아진 생활비가 일상 압박

전문가들 “회복보다 적응,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 필요”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도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긴장감을 안고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일이 벌어진 뒤가 아니라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불안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의 불안이 특정 위기나 사건 이후에 나타나는 감정이었다면, 오늘날의 불안은 일상 전반에 스며든 정서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안을 단순히 개인 성향이나 심리적 문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는 고용 안정성 약화, 주거 비용 상승, 생활비 부담 증가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가 장기화되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조건이 개인의 심리 상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과 직장인들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공통적으로 경험하면서 불안은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정서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증가한 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조언만으로는 현실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래 전체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오늘 하루의 삶은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강관리, 수면 습관, 소비 패턴, 취미 활동, 인간관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비 및 사회문화 흐름에서는 불확실성 속에서 통제 가능한 영역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거대한 변화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기보다 자신의 몸과 감정, 생활 리듬을 관리하며 삶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불안을 완전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불안 자체를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균형과 안정감을 유지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미화 센터장은 “오늘날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불안은 개인의 나약함이나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커진 사회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중요한 것은 불안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상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적절한 휴식, 건강한 인간관계와 같은 작은 생활 습관이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혼자 견디는 것을 성숙함으로 생각하기보다 주변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가 회복의 시대를 넘어 적응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변화한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오늘날의 불안은 극복해야 할 적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점검하라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과도한 경쟁, 개인에게 집중된 책임이 만들어낸 시대적 현상인 만큼,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정신력이 아니라 오래 버틸 수 있는 삶의 구조라는 지적이다.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조건적인 용감함이 아니다. 스스로를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작성 2026.06.19 14:55 수정 2026.06.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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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