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단오의 또 다른 역사, 치우천황의 탄신일

중국 초나라 신하 추모제로 왜곡된 한민족 세시풍속의 진실

씨름의 고칭 '치우희'와 벽사 부적에 새겨진 고대 배달국의 역사적 파편을 추적하다

붉은악마의 원형 치우, 2026년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주체적 역사 인식의 메시지

단오풍정 (端午風情) ― 신윤복

 

단오端午는 한국의 민속 명절로 음력 5월 5일이며, 양력으로 올해 6월 19일이다. 단오는 추석, 설날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 가운데 하나로 단오의 '단'은 '첫 번째', '오'는 '다섯', 그래서 말 그대로 '초닷새'를 뜻한다. 또한 단오는 치장을 하는 날이자 여름을 즐기는 날이었다. 

 

사람들은 '단오장(端午粧)'이라 해서 이 날 깨끗이 목욕을 하고 새 옷을 꺼내 입었으며 시기적으로 더운 여름을 맞기 전의 초하(初夏)의 계절이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이기도 하던 한국의 주요 명절이었으나 현재는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명절로서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

 

그런데 음력 5월 5일 단오는 흔히 중국 초나라의 충신 굴원을 기리는 날로 소개된다. 간신들의 모함에 맞서 멱라수 강물에 몸을 던진 선비의 넋을 위로하고자 강에 주먹밥을 던지던 풍습이 단오의 시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래 유래설은 수천 년간 한반도 땅에서 피어난 단오 고유의 생명력과 문화적 주체성을 심각하게 가리곤 한다. 

 

단오는 단순한 중국 문화의 이식작이 아니다. 오히려 고대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배달국 제14대 치우천왕의 탄신일이자,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 성제의 탄생을 기리는 한민족 고유의 축제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지 = AI 생성

 

단오는 일 년 중 태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로 수릿날, 천중절, 단양이라는 이칭에서 알 수 있듯, 고대인들은 이날 쏟아지는 양기를 받아 액운을 물리치고 다가올 풍년을 기원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단오의 대표적 놀이문화인 씨름의 역사적 기원이다. 씨름의 가장 오래된 명칭은 고대 문헌에서 '치우희(蚩尤戱)'로 기록되어 있다. 군신(軍神)이자 무(武)의 상징인 치우천왕의 병법과 격투 자세에서 씨름이 유래했다는 사실은 단오가 단순한 추모의 날을 넘어 상고시대의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는 축제였음을 방증한다. 

또한 단오날 문설주에 붙이던 붉은 부적 역시 치우천왕의 흔적과 맞닿아 있다. 각 가정과 대궐 안 관상감에서는 주사로 벽사문을 지어 붙임으로써 악귀와 재앙을 물리치고자 했다. 이는 고대인들이 전쟁의 신이자 불패의 상징인 치우의 형상을 문에 그려 붙여 악귀를 쫓았던 ‘치우부적’의 민속적 변용이다.

이미지 = AI 생성

 

중국의 굴원 설화가 슬픔과 추모에 기반한다면, 한반도의 단오는 치우천왕의 강력한 기운을 빌려 삶의 터전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벽사(辟邪) 의식에 기반한다.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치우천왕이나 주몽의 구체적인 탄신일 기록에 대해 사료적 신빙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는 이를 명시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세시풍속의 기원을 탐구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연대의 정확성이 아니라, 민초들이 그 명절에 투사한 집단적 무의식과 정체성이다. 조선 시대 강릉단오제가 유교적 제례를 넘어 서낭신과 호국 영웅들을 모시는 대동제 형태로 발전한 것은 우리가 단오를 주체적인 축제로 향유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결국 단오는 한민족의 농경 문화와 고대 신화가 결합하여 탄생한 종합 문화 유산이다. 모내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기 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군신 치우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체득하는 날인 셈이다.

이미지 = AI 생성

 

오늘날 월드컵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악마' 응원단의 엠블럼이 바로 치우천왕의 얼굴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따라서 단오를 맞이하여 외래 설화의 틀에 갇혀 있던 우리 고대사의 지평을 넓히고, 주체적인 역사 인식을 확립해야 할 때다. 

상고시대 배달국의 치우천왕과 고구려 주몽의 탄신 정서가 녹아있으며, 태양의 양기가 가장 강한 날에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던 역동적인 축제인 단오를 이제는 단순한 전통 재현을 넘어, 붉은악마의 상징으로 이어지는 민족적 호연지기와 주체적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작성 2026.06.19 16:19 수정 2026.06.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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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