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 시절 음악 시간, 누구나 한 번쯤은 플라스틱 ‘단소’를 입에 물고 쉭쉭거리는 바람 소리만 내며 좌절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소리 내기조차 쉽지 않은 데다 전통 5음계에 맞춰져 있어, 평소 즐겨 듣는 친숙한 동요나 가요를 연주하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단소는 수행평가가 끝나면 서랍 깊숙한 곳에 방치되는 ‘어렵고 멀어진 악기’의 대명사로 각인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교육 현장에서 단소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생활국악협회를 이끄는 김웅 협회장이 있다.

그는 서양의 12음계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양악단소 개발하고 직접 제작하며 굳게 닫혀 있던 국악의 진입 장벽을 시원하게 허물었다.
김웅 협회장이 18년간 3,000여 개의 악기를 깎고 빚으며 개발해 낸 '양악단소(12음계 개량 단소)'는 전통 관악기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은 집념의 결과물이다.
전통 단소의 지공(指孔)을 개량해 서양 음악의 12음계를 정확히 얹어냄으로써, 이제 단소는 정악에 갇혀 있지 않고 동요, 팝송, 클래식, 대중가요 등 현대인들이 즐기는 모든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되었다.
단소 특유의 맑고 영롱한 전통의 음색은 살리되, 누구나 아는 멜로디를 직관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실용성을 입힌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김 협회장의 행보가 공방의 작업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깎은 악기를 들고 직접 '문화예술 강사'로 나서 학생들과 호흡하고 있다.
최근 '학교로 찾아가는 문화예술 공연'을 비롯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음악 교실, 그리고 지역 복지관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보여주는 그의 소통 방식은 돋보인다.
다루기 힘든 악기로만 여겨졌던 단소를 그만의 독창적인 수업 방식과 개량 단소를 통해 지도하자, 교실에는 바람 소리 대신 맑은 멜로디와 아이들의 환호성이 채워졌다.

쉽게 소리가 나니 흥미가 붙고, 12음계 덕분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요를 직접 연주할 수 있게 되면서 단소는 어느새 아이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이자 친근한 ‘반려 악기’로 변모했다.
이는 김웅 협회장이 설립한 ‘한국생활국악협회’의 궁극적인 지향점과도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국악이 진정한 의미의 ‘생활국악’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인 아이들부터 우리 악기를 즐겁게 경험해야 한다.
박물관 유리관 속에 모셔진 엄숙한 유산이 아니라, 내 숨결을 불어넣어 나의 일상을 노래하는 살아있는 친구가 되어야만 전통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전통은 시대의 요구에 맞게 진화하고 대중과 소통할 때 비로소 찬란하게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서양의 12음계를 품은 양악단소는 김웅 협회장이 우리 국악의 미래에 던지는 가장 명쾌한 해답이다.

오늘도 칠판 앞 교단에서 직접 단소를 불며 아이들과 다정하게 눈을 맞추고 있을 그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교실에서 피어난 이 맑은 단소 소리가 한국생활국악협회를 통해 대한민국 모든 일상으로 경쾌하게 번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