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는 삼포세대 또는 오포세대라 한다. 연애포기, 결혼포기, 자녀포기, 직업포기, 주택포기 등,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다. 이것이 웬일일까. 인류가 조로증에 걸려 삶을 살아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는 말인가. 김광규 시인의 ‘뺄셈’이 떠오른다.
덧셈은 끝났다
밥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 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전을 들추어 보는 것은 품위 없는 짓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녁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시인 박형준의 ‘눈썹’을 음미해 보자.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너는 울 때 추운 눈썹을 가지는군
한기가 느껴지는 가난한 광선
내가 울 때 두고 온 눈썹
내가 울 때 젖을까 심장 속에
두고 온 가난한 눈썹
이 ‘눈썹’을 장석주 시인은 이렇게 풀어 쓴다.
최고의 예술은 살아간다는 것. 더 나은 것은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 사랑은 무미한 나날을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바꾼다. 사랑할 때 삶은 빛나고, 사물들은 새로운 가치를 띤다. 사랑하면 장미는 더욱 붉고, 음악들은 더욱 강렬해지는 법이다. 한편으로 사랑은 또한 얼마나 쓸쓸한가. 사랑하는 이들은 운다. 가슴 벅차 울기도 하겠지만, 쓸쓸함으로 가슴이 미어져서 울기도 한다. 이 구절을 보라.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네가 울 때 네 눈썹도 운다. 네 눈썹이 울 때 내 눈썹도 운다. 차마 그 눈썹 들키고 싶지 않아 심장 속에 넣고 운다. 아, 그래서 프랑스 시인 장 드 라 퐁탠느(1621-95)도 강조했으리라.
‘우린 서로 도와야지; 아무렴 그렇지, 정말로 자연의 법칙이고말고’
이는 우리 각자가 제 ‘짝’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육신의 짝이든 영혼의 짝이든, 더 바람직하기는 영육일치된 짝 말이다. 시인 이근화는 그의 ‘소울 메이트’란 시에서 이런 ‘자연의 법칙’을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 입고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비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흠뻑 젖을 때까지
흰 장르가 될 때까지
비의 감정을 배운다.
우리는 우리가 좋은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에서 비의 냄새를 훔친다.
이 ‘소울 메이트’를 장석주 시인은 또 이렇게 풀이한다.
이 세계가 좋다니! 이 눈부신 긍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비참한 가난이나 평범한 악들은 물론이거니와 짓누르는 권태조차 도무지 모른 채 빗속에서 즐거워하는 '소울 메이트'라니! 비의 기억을 만들고, 비의 냄새를 훔치려고 옷이 젖을 줄 알면서 비를 맞는 것은 소녀들이리라. 소녀들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 까르륵 웃는다. 이들을 철없다고 야단치지 마라. 이 경이로운 존재들은 빗속에서 기쁨과 감사를 느끼고 제 밝은 기운을 세상과 나눈다. 이 세상을 위해 소녀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디 이것이 소녀뿐이랴. 소년은 물론이고 모든 어린이들도 그러하리라 그래서 일찍이 영국의 자연파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1770-1850) 도 독백하듯 읊었으리.
하늘에 무지개 볼 때
내 가슴 뛰노나니
어려서 그랬고
어른 된 지금 그렇고
늙어서도 그러리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버리리라.
어린애는 어른의 아버지
내 삶의 하루하루가
이 가슴 설렘으로 이어지리.
아, 참으로 우리가 숨 쉴 때마다, 그것도 사랑으로 숨 쉴 때마다 영육일치되는 것이리. 우리가 땅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