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검찰개혁, 시대의 선택

이윤배

‘정의’는 법전 속 문장이 아니라, 그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법이 어떤 이에게는 칼이 되고, 또 어떤 이에게는 방패가 될 때 국민은 더 이상 정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대한민국 검찰은 ‘정의의 최후 보루’로 불리며 존중받아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권력기관으로서 끊임없는 비판과 의혹의 대상이 되었다. 국민은 범죄 앞에 엄정한 검찰을 원했지만어느 순간부터 검찰은 ‘정의의 수호자’인지, ‘또 다른 권력의 주체’인지 의심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손에 쥔 세계적으로 드문 구조를 가진 특수 조직이다. 따라서 막강한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통제 또한 필요하지만, 현실 속 검찰은 때때로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해 왔다. 학연과 지연, 전관예우, 선택적 수사, 권력층과의 유착 의혹은 국민의 신뢰를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갉아먹었다. 물론 법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한 검사들도 적지 않지만, 그러나 아무리 선한 개인이 있어도 제도가 건강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를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결국 검찰개혁은 어느 한 정권의 공약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한 과제가 되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은 때로는 날카로운 칼이 되었고, 때로는 든든한 방패가 되었다. 어떤 사건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어떤 사건은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더디거나 흐지부지 지나가기도 했다. 국민은 그 상황을 지켜보며 법의 속도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헌법이 보장한 ‘법 앞의 평등’이 현실에서는 허상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검찰개혁은 권력을 약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분산하고, 그 권력이 국민 앞에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개혁의 진짜 목적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외부 통제 장치 강화, 독립적 감찰 시스템, 투명한 인사 제도, 전관예우 근절 등은 권력을 국민의 감시 아래 두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속에서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며, 어느 한 기관의 선의만으로는 절대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 문화의 변화다. 검사는 통치자가 아니라 공복(公僕)이라는 인식, 법은 권력을 지키는 무기가 아니라 시민의 존엄을 보호하는 울타리라는 자각이 조직 안에 뿌리내려야 한다. 권력을 오래 쥔 조직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고 오만해지기 쉽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 권력은 없다. 국민 위에 설 수 있는 기관은 물론 법밖에 머물 수 있는 조직은 더더욱 존재할 수 없다.

 

옛말에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영원히 붉게 피어 있는 꽃이 없듯, 영원한 권력도 없다는 뜻이다. 오늘 누군가를 향해 겨눈 칼날이 내일은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할 때, 그 힘은 결국 불신과 저항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따라서 법은 억압의 도구가 아니라 약자를 지키는 방패가 되어야 하고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와 목소리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지금 국민은 하나의 선택 앞에 서 있다. 불공정을 “원래 그런 것”이라며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는 헌법 조문을 현실로 만들어 갈 것인?. 검찰개혁은 특정 정치 세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이 곧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같은 흐름의 끝에서 검찰은 결국 국민의 요구와 시대적 변화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78년 만에 검찰조직은 해체 수순에 들어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능이 분리·재편되는 제도 개편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진짜 개혁은 거창한 구호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 개개인이 “권력은 반드시 견제받아야 한다.”라는 상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특히 개혁은 어느 한 권력이 베푸는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깨어 있는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의지 속에서 성장한다. 국민이 정의를 향한 믿음을 놓지 않을 때, 개혁은 구호를 넘어 현실화되고 민주주의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우리 사회를 오래도록 환하게 비추게 될 것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AI·SW 학부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작성 2026.06.26 11:03 수정 2026.06.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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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