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소수의 천재가 세상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천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은 모른다. 그림을 그릴 기회가 없어서 화가가 되지 못했고, 악기를 살 돈이 없어 음악가가 되지 못했으며,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평생 농부와 목수로 생을 마친 천재들도 있었을 것이다. 재능은 있었지만. 무대가 없었다.
그런데 인류는 지금 처음으로 '무대의 민주화'를 경험하고 있다. 유튜브와 SNS, 웹툰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닫힌 세상의 문을 무너뜨렸다. 과거에는 방송국과 출판사, 화랑과 기획사가 재능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직접 선택한다. 깊은 산골에서 춤을 추던 청년도, 작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도, 시골에서 기발한 집을 짓던 목수도, 가정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도, 죽을병을 극복한 환자도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낸다. 세상은 비로소 숨어있던 천재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미디어 혁명이 아니다. 인류의 집단지능이 깨어나는 사건이다. 지구에는 80억 명의 사람이 있고 80억 개의 뇌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그중 극히 일부만 활용하며 살아왔다. 이제 인터넷은 숨어있던 재능들을 서로 연결하고, 서로 자극하며, 또 다른 천재를 탄생시키는 거대한 신경망이 되고 있다. 한 사람의 독창성이 다른 사람의 영감이 되고, 그 영감은 다시 새로운 창조를 낳는다. 지구 전체의 창조성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는 언제나 빛과 함께 온다. 미디어는 천재를 세상으로 끌어내는 동시에, 조회 수와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심판대 앞에 세운다. 뛰어난 재능보다 자극적인 영상이, 깊은 예술보다 짧은 관심이 더 큰 보상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천재는 자신의 재능을 키우기보다 플랫폼의 취향을 맞추기 시작하고, 창조는 어느새 소비자의 클릭을 위한 상품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세상이 천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천재를 선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앞으로 지구는 ‘국가의 시대’보다 ‘개인의 시대’로 더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 국적보다 재능이, 학벌보다 창의력이, 조직보다 개인의 브랜드가 더 큰 경쟁력이 된다. 숨어있던 천재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 협력하면서 인류의 문화와 과학, 예술과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도, 세계적인 예술가도, 혁신적인 발명가도 지금 어느 시골 마을의 작은 방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과 연결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천재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가능성을 깨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숨어있는 천재가 많을수록 인류는 풍요로워진다. 중요한 것은 천재를 몇 명 키워내느냐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미디어가 인류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세상은 천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무대가 없었을 뿐이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