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한라산 백록담

생명을 살린 자는 이미 가장 큰 보물을 얻은 사람이다

 

[3분 신화극장] 한라산 백록담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제주의 영산 한라산, 그 정상에 자리한 신비로운 호수 백록담에 얽힌 전설을 들려드립니다.

 

아주 오래전, 제주섬이 막 바다 위로 솟아오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한라산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이었고, 정상에는 아직 이름 없는 푸른 호수가 고요히 숨 쉬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그 호수가 하늘의 거울이라 믿었습니다. 그 무렵, 하늘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가끔 한라산 정상으로 내려와 맑은 물에 얼굴을 비추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흰 사슴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호숫가를 조용히 거닐었다고 합니다. 그 사슴들은 평범한 짐승이 아니었습니다. 천상의 신선을 태우고 다니는 영물로, 욕심 없는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 사냥꾼이 백록담에 올랐습니다. 그는 흰 사슴의 뿔을 얻으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활을 메고 산을 오른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안개가 걷히자 눈처럼 새하얀 사슴 한 마리가 호숫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사냥꾼은 숨을 죽이고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바로 그 순간, 사슴이 천천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도, 분노도 없었습니다. 맑은 호수처럼 깊고 고요한 평화만이 담겨 있었지요.

 

사냥꾼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활은 끝내 놓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용히 활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자 흰 사슴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더니 구름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백록담의 물결이 크게 일렁였고 하늘에서 신선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생명을 살린 자는 이미 가장 큰 보물을 얻은 사람이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그 호수를 백록담, 곧 ‘흰 사슴이 노닐던 못’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백록담에는 안개가 천천히 호수를 감싸는 날이 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 안개는 흰 사슴이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백록담을 오른 사람들은 정상에서 오래 머물기보다 잠시 침묵을 배웁니다. 깊고 푸른 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고요 속에는 수천 년 동안 하늘과 땅이 주고받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돌려 산을 내려오며 문득 깨닫습니다. 백록담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가 아니라, 욕심을 비운 마음에만 비치는 또 하나의 하늘이라는 것을.

 

어쩌면 오늘도 흰 사슴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다만 서두르는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마음에도 욕심과 자비가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백록담의 흰 사슴을 떠올려 보세요.

 

“가장 귀한 것은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이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7.06 09:18 수정 2026.07.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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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