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

고석근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 나는 오직 그것을 온전히 살아내려 했을 뿐이다. 왜 그리도 힘들었을까?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백석 시인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한 구절.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내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사도 바울은 말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

 

대학 2학년 겨울 방학이 되었을 때, 나는 갑자기 ‘논문 한 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 

 

나는 도서관을 전전하며 작은 논문 한 편을 완성했다. 제목은 ‘남녀 불평등에 대한 소고(小考)’. 방학이 끝나고, 어설픈 논문은 책상 서랍에 들어갔다. 

 

3월 어느 날, 나는 학교 게시판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4.19 논문 현상 모집’ ‘헉!’ 논문을 투고했다. 당선이었다. 이때부터 내 인생이 바뀌었다. 심사위원이었던 지도 교수님이 장학금을 듬뿍 주셨다. 

 

“석근아, 너 학자의 자질이 있어, 학문의 길을 가거라.” 

 

그 후 내 인생은 ‘인간의 길 찾기’였다. 제도권 공부보다는, 삶을 가꾸는 인문학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공부했다. 나는 가끔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 그럴 때는 어떤 큰 힘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 든다. ‘오직 그것을 온전히 살아내려 했을 뿐이다.’ 

 

‘왜 그리도 힘들었을까?’ 자아(Ego) 때문일 것이다. 강고한 자아는 끝까지 자신을 주장한다. 자아 내려놓기! 그래서 나를 온전히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에 맡기기.  

 

심층 심리학자 칼 융은 말했다. 

 

“인생의 목적은 자기실현(Self-realization)이다.”

 

깊은 내면의 자기(Self)가 나를 통해 자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6.07.09 10:59 수정 2026.07.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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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