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전명희 [기자에게 문의하기] /
그 곳 추전역에서
내 눈빛이 떨렸음을 태백산은 모르리라.
산그늘 지나가는 시간을 접어 가방 속에 넣고
침묵보다 아름다운 첫눈을 차마 못 본체 그냥 가려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하늘로 올라가 버릴 듯
봉우리마다 눈바람 불어대는데
마음이 먼저 길을 열고 달려가면
낭떠러지를 기어오르는 갓난아이의
웃음 같은 햇살 무리가 발걸음을 묶는다.
예서 한 생 흘러가는 구름이나 될까보다
초겨울 얼음장 밑을 비집고 나오는 뽀얀 안개의 미명에 묻혀
외로울 것 없는 저 나무가 되어도 그만인데
가고 오는 기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다 늙어버린
역무원의 미소가 지천에 가득하다.
태초의 꿈 깨지 못한 눈꽃에 취해 나를 잊고
하늘 문 두드리고 내려오는 길
태백산은 몰랐으리라 내 마음이 떨렸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