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자득명(自得明) 법득명(法得明)

이태상

 


흔히 네가 먹는 것이 너다(You are what you eat)’라고 한다. 이게 어디 먹는 것뿐이랴. 보는 것, 듣는 것, 읽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상상하는 것, 꿈꾸는 것, 믿는 것, 모두 그렇지 않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각자 제가 보고 싶은 대로 찾는 것만 발견하게 되지 않는가.

 

극찬하는 서평도 있을 테고 악평을 하는 것도 있어 같은 책이 전혀 다른 책이 된다. 무엇을 말하는가는 듣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그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도 소설의 독자가 읽는 것은 독자 자신일 뿐이라고 했는가 보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본다. 얼마 전 인터넷에 이런 구인(求人)광고가 났다.

 

검은 살빛에 미모의 미혼 여성이 남성 반려자를 찾습니다. 어떤 인종이든 다 괜찮습니다. 나는 놀기 좋아하는 아주 새파랗게 젊은 여성으로 산책하기, 당신의 픽업트럭 타고 달리기, 야영하며 사냥하고 낚시하기, 그리고 겨울밤엔 불가에 포근히 눕는 것 등을 즐긴답니다. 촛불 켜고 당신의 손에서 받아먹는 저녁 식사도 좋습니다. 당신이 직장에서 돌아올 때면 문 앞에서 나는 당신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데이지를 찾아주세요.”

 

놀라지 마시라. 이 광고를 보고 자그마치 만 오천 명 이상의 남자가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 구인광고를 낸 곳은 조지아주 아트란타시에 있는 애완동물 보호소이고 데이지는 태어난 지 8주가 된 라브라도종 암사냥개의 이름이다.

 

우리말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이야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보면 예술이지만 음심(淫心)을 품고 보면 외설이 되는 경우이겠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아무도 그 누굴 흉보고 욕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했다는 예수의 말처럼 유리집에 사는 사람은 남의 집에 돌을 던질 수 없다는 서양 속담대로 세상의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설혹 그런 사람 있다 해도 그가 완전무결하다는 것이 그의 단점이 될 수 있는 한 아무도 그 누굴 나무랄 수 없으리라. 세상 사람들이 다 다르고 그들이 각자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믿고 행동하는 것이 또한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나와 같지 않다고 맞다 틀렸다 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이

울고 싶은 사람에겐 울음거리

웃고 싶은 사람에겐 웃음거리

놀고 싶은 사람에겐 놀음거리

구경하고 싶은 이에겐 구경거리

말하기 좋아하는 이에겐 말거리

듣기 좋아하는 이에겐 들을거리

치성드리고 싶은 이에겐 굿거리

 

받으려고 하는 이에겐 받을 일

주려고 하는 이에게는 줄 일

살려고 하는 이에게는 살 일

죽으려는 사람에겐 죽을 일

 

그러니 일상십사(日常十事), 인간매사(人間百事), 세상천사(世上千事), 자연만사(自然萬事) 매사를 한 가지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여러 가지 다른 시각으로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은 그의 시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한 포기 풀잎도

자그마치 별들의 노정,

여독의 산물이리.

보라 나는 설교를 하거나

자선을 베풀지 않고

나 자신을 주노라.

 

어떤 스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산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가다가 그 주위의 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워 지필묵으로 온 정성을 다 기우려 거의 완벽하도록 그대로 그려놓고 보니 그 그림에는 생명이 없더란다. 산골짜기 냇물 소리도, 솔내와 풀꽃 향훈도, 그 아무런 정취도. 절망 끝에 스님은 그 그림을 찢어버렸다고 한다. , 그렇다면 이것이 석가모니가 처음과 마지막으로 하셨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과 자득명(自得明) 법득명(法得明)의 그 참뜻이 아닐까.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2.14 10:53 수정 2019.12.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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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