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외설(猥褻)의 유래와 공중누각(空中樓閣)

 


처녀와 이리 늑대 사이의 결혼이 아닌 결육으로 빚어지는 것이 외설(猥褻)이라 할 것 같으면 이런 외설 예술의 그 유래를 좀 살펴보리라.

 

영미법상 외설이란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외설된 많은 것들이 사람을 타락시키지 않고, 또 사람을 타락시키는 많은 것들이 외설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설을 분별 있는 사람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 또한 틀린 것 같다. 그 이유는 외설된 많은 것들이 분별 있는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으며, 많은 분별 있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 외설되지 않은 까닭에서다.

 

그렇다면 초강대국들과 그들의 똘마니 약소국가들의 수많은 전쟁놀이 초도색유희(超挑色遊戱)의 제물이 되느니 차라리 성적 매력 넘치는 남녀의 도색유희를 즐기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러면 이처럼 사랑과 평화를 가져오는 여성의 용해력으로 증오와 전쟁, 파괴와 죽음을 가져오는 남성의 폭력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갓 태어나서 비슷하던 두 어린애가 커가면서 어떻게 한 아이는 생사람을 살상하고 잡는 사람백정이나 인신매매범이 되고 또 한 아이는 보살피고 돌봐주는 자연의 천사가 되는 것일까. 아마도 궁여지책으로 우리 조상들은 결혼이란 제도를 만들어 이 이질적인 쌍둥이를 하나로 묶어 모성애를 타고난 성품이 좋은 여자로 하여금 야수 같은 남자를 길들이게 했으리라. 그리하여 미스 버지니아(Miss Virginia), 처녀 아가씨와 미스터 울프(Mr. Wolf), 이리 아저씨가 잠자리에 들어 한 몸 한마음이 되라고.

 

그러나 간밤에 성급하고 무례한 남자한테 강간당하듯 해서 기분이 나쁜 채로 잠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를 보자, 갑자기 별안간 고약해진 여자의 성질을 못 견뎌 남자는 우리 같은 집 밖으로 뛰쳐나갈 기회만 찾게 되었는가 보다. 이리해서 이리 늑대 씨 부인 Mrs. Wo(o)lf이 된 버지니아 처녀(Miss Virginia)가 끝내 정신쇠약으로 자살하게 되었으리라. 영국의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정말 자살했다.

 

어느 꿈많은 소녀가 결혼하는 순간 남자의 식모나 가정부, 심하게는 털요강 아니 살요강변기로 전락하게 될 줄 상상인들 했으랴. 한편 총각 시절 야생 동물처럼 살아온 남자들은 소같이 굴레 쓰고 멍에 메는 데 적응을 못 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 울 밖으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길 없었으리라. 그러다 못해 우리 선조 할아버지들께서는 역으로 여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편법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다고 큰소리치면서.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옛날 동료 신문기자이며 그 당시 주영대사관의 공보관이던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담소하는 중에, 영국을 방문하는 한국 정부의 높으신 분들을 모시고 골프 치러 다니고 나이트클럽 등지로 안내한다고 늘 집 밖으로 나도는 남편 보고, 일과 후면 집에 일찍 와서 잔디도 깎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피크닉도 가는 이웃 영국 가정 남편들을 좀 본받으라고, 이 친구 부인이 남편에게 한마디 하자, ‘장래성 없는 남자나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라고 친구가 대꾸하는 것을 듣고, 나도 이 같은 소리를 많이 들은 기억이 났다. 이것은 비단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부계사회 남성들의 공통된 보수적인 생각일 것이다. ‘사내 녀석은 부엌에 들어가면 불알이 떨어진다느니 사사로운 집안일에 신경 쓰지 말고 밖에 나가 크게 출세해서 가문을 빛내라는 등등의 말을 그야말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자라서였을까, 나도 한때는 어떻게 해서든 내 이름 석 자 세상에 날리는 유명씨가 되고 싶었다. ‘하루를 살다 죽어도 끽소리 한 번 해봐야겠다. 평범한 무명씨로 썩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평범 그 이상이 되려고 무진 애쓰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평범 이하가 되고 말았는지 모를 일이다.

 

공룡처럼 화석화된 유교 사상인 군위신강, 부위지강, 부위부강, 삼강(三綱)에다 군신의 의(), 부자의 친(), 부부의 별(), 장유의 서(), 붕우의 신(), 오륜(五倫)이나 읊조리면서, ‘노론이다 소론이다, 남인 북인으로 갈려, 사색당파 파쟁으로 악머구리 끓듯 한 이씨조선 왕조의 허례허식, 외면치례, 사농공상, 반상적서 등의 반동사상에 세뇌되어, 그 잘난 유산을 아직도 청산 못 해서일까, 우리나라에 태어난 남자들은 거의 모두 홍역 치르듯 염병 앓듯 출세병과 감투병을 환갑 진갑 넘도록 더러는 나이 일흔 희수(稀壽) 아니 일흔일곱 희수(喜壽)가 지나도록 앓게 되는가 보다. 노망이 들 때까지

 

나이를 먹으면서 언제부터인가 개미 쳇바퀴 도는 식의 안간힘을 쓰는데 나는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남보다 더 출세하고 유명해져서 어쩌겠단 말인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출세했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내 이름 석 자 지어주셔서 유명해졌는데 어떻게 더 출세하고 유명해지랴 회의가 생겼다. 그리고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보니 세상에 평범한 것 이상의 진리도 없고, 사람이 평범한 것 이상으로 훌륭할 수도 없지 않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다.

 

진작 이렇게 허황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했더라면 난 아직도 공중누각을 짓고 있었을 테고, 그 공중누각에 살면서 엄청나게 비싼 집세를 물고 있었으리라. 서양 사람들 특히 정신과 전문의들이 나누는 자조(自嘲) 섞인 농담이 있다. ‘신경증 노이로제 환자들은 공중에 성()을 쌓고, 싸이코 정신병자들은 그 성안에 살며 정신과 의사들은 그 성의 집세를 받아 챙긴다. (Neurotics build castles in the air; psychotics live in them; and psychiatrists collect the rent.)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13 10:20 수정 2020.02.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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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