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낯선 풍경





낯선 풍경

 

달리는 바퀴에서 삶은 점차 녹아내렸다 머리엔 눈꽃이 피고 심장을 떠나온 피는 멀겋게 굳어 가는데 비는 잠속으로 스며들어 톡톡톡 머리를 치며 베개를 감아 돌았다 큰 강이 되어 내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둥둥 떠다니다 물에 잠기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부둥켜안고 울다 이내 사라졌다 문을 열고 내려선 남자가 담배를 벌겋게 달구었다 푸른 연기가 생각을 말아 올리는 하늘 위 멈춰선 기중기 뒤로 달팽이처럼 감긴 줄이 건물을 돌고 돌아 언제부턴가 지루하게 서있는 미끄럼틀을 보다가 가만 보다가 보도블록 사이에 숨어든 먼지를 후벼내며 따분해하다 무언가를 쫓듯 아파트 담장을 넘는 고양이 어둠속에 움직일 것이라 했었지 아니 벌건 대낮에 활보할 것이라고 억겁의 시간을 흑암 속에 날며 지난하게 살아온 탓이리라 행인이 지나간다 하나 둘 불꽃이 오르는 시간 누군가를 태우러 온 차로부터 비상등이 원을 그리며 퍼져 나오고 낯선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구 밖으로 모이는 시간 이름과 주소를 파묻고 사람들이 가고 있다 말없이 가는 사람 사람들 눈조차도 마주칠 수 없는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닫고 숫자를 센다 2020 2 22 어게인 2 22 기막힌 숫자의 조합은 놀랍도록 불규칙한 숫자를 밀어 올린다 체온보다도 뜨거운 뜨거운 비가 하루 종일 쏟아지는데 비정하게 닫힌 문틈 사이로 엉성하게 새어나온 불빛이 변화무쌍하게 얼굴을 바꾸는 새 울음이 그친지 참 오래된 도시, 로렌스(D.H. Lawrence)묵시록마지막 장이 끝날 때 마침내 시간은 와인을 비우고 그들의 와인 병을 낚아채버리지 서울스카이 첨탑에 걸린 실버라이트 어둠 속에 요동치는 심장처럼 발갛게 물들어가는,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라.”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27 10:13 수정 2020.02.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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