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드림의 싫존주의] 그 많던 폭주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강 둔치에 가면 형형색색의 빛깔로 화려하게 치장을 한 오토바이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외 패션모델의 콧대마냥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쇼바와 이 좋은 비트를 혼자만 누릴 수만은 없다는 듯 인류애로 무장한 외장 스피커로 그들은 언제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들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빠라바라바라밤과 함께 그들은 도심을 질주했고 그들의 젊음을 질주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시절의 그들도 이제 철이란 게 들 법도 하고, 휘황찬란한 오토바이보다는 주말에 아이와 캠핑을 떠나기에 용이한 SUV를 찾을 법도 하니 넘어가겠다. 그러나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왜 질주하지 않을까? 시대를 불문하고 젊은이들은 으레 세상을 향한 먹먹함이 들기 마련이고, 그 분출장치로 스피드를 택하기 마련 아닐까? 가까이는 일제 치하의 엄복동은 자전거를 탔고, 조선의 명문가 서자들은 말을 탔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무엇을 탈까?

서울시에서 만든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탄다. 어지간한 역세권에는 대부분 비치되어 있고, 1시간당 1000원이니 저렴하기까지 하다. 과거 폭주족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하고, 심지어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어쩌다 이토록 합리적이고 알뜰하게 되어 버렸을까? 청년이란 모름지기 되지도 않는 꿈을 가지기도 하고 세상을 위협할만한 광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요즘 젊은이들은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그들에게 폭주란 정말 화가 날 때 불닭볶음면을 두 개 먹는 정도다.

 

기본적으로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의 젊은이들보다 밖에 잘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집에도 일찍 들어간다. 한번 술을 마시면 2차는 기본이고 3, 4차로 장소를 바꿔가며 쉴 새 없이 들이붓고 또 털어대던 음주문화는 이미 과거의 일이다. 요즘은 막차 뜨기 전에 어지간하면 술자리를 끝낸다. 당연히 대학교 앞 상권은 해마다 무너져 가고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어른들은 곧잘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술 좀 줄이고 공부 좀 해라를 채근했다. 그러나 막상 젊은이들이 술을 줄이고 공부를 하기 시작하자 경기가 침체 되었고, 그런 소리를 했던 어른들은 월세 걱정을 하게 되기에 이른 것이다. 젊은이들이 맘 편히 놀지 못하는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젊은이들의 야외활동이 예전보다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반대급부로 배달문화는 급격히 성장했다. 이제는 배달이 안 되는 음식이 없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굳이 매장에 가지 않고 원하는 음식만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4캔에 만 원하는 맥주를 구매하고, 늘 만나는 소수의 친구들하고만 교류를 한다. 낭비란 한 치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알뜰하고 현명한 처사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거야라며 밤새워 미친 듯이 술을 마시던 그들의 선배세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이성적인 행동이다. 왜냐면 그들의 내일은 걱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밖으로 나와 놀지 않게 되자, 소규모 자영업으로 대표되는 내수경기는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집구석화는 한층 심화 될 것이다. 청년이 집으로 일찍 귀가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 수가 없다. 가급적 늦게 귀가하고 도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두드려 보기도 하고 만져 보기도 하면서 본인도 자극을 받고 사회에도 새로운 에너지를 부여해야만 그 사회는 성장할 수 있다. 이 사회는 그것을 놓치고 있다. 뉴욕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던 것은 전세계 한다 하는 놀이꾼들이 모여들어 역동적으로 놀았던 까닭이다. 역사상 젊은이들에게 자유로운 놀이 공간을 제공했던 도시는 대부분 성장했다.

 

더 이상 청년들의 놀이문화를 죄악시해선 곤란하다. 애들은 놀면서 크는거다. 도리어 청년놀이바우처라도 발행하여 제발 좀 놀아달라고 부탁을 하자. 어쩌면 그것이 이 경기침체를 해결하고 사회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환갑이 되어서야 외치는 비극은 우리 대에서 그만 끊어내야 한다.



[강드림]

다르게살기운동본부 본부장

대한돌싱권익위원회 위원장

비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28 14:16 수정 2020.02.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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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