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림자를 풀어 쉬게 하고




햇살 따스한 날 멋진 그림자가 생긴다. 어딘지 모르게 나를 닮았고, 나를 따르는 기특한 그림자다. 봄을 감지하는 꽃대가 작은 그늘을 드리우고, 나무도 근사한 그늘을 만들며, 말없이 무뚝뚝한 전신주도 자신의 그늘을 만든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가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

 

한여름 뙤약볕의 기억. 그림자가 하루 종일 바짝 붙어 다녔다. 그림자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것인가. 온종일 따라다니던 그림자, 오후 늦게야 점차 느려지더니 그만 길게 늘어진다.

 

중세의 이야기. 달빛 아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외딴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나, , ,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들어갈 무렵,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개가 으르렁거리며 사납게 돌변한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 때문이다. 때로 사람이 보지 못하는 현상을, 개는 특유의 감각이나 직감으로 느끼는가 보다. 이 기특한 영물을 앞으로는 구박하거나 잡아먹지 말고, 좀 사랑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 이쯤 되면 사람의 영역이 아닐 것이다. 필시 인간은 영육의 존재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한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일평생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쉬지 않고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지겨울 수도 있으나, 쉬지 못하는 그림자 또한 매우 고될 것이다.

 

여름이 아직 멀건만 때 아닌 홍수가 들이닥쳤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격류에 휩쓸려 사람들은 허우적거리다 사라지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발을 동동거린다.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둑 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죽음은 예기치 않게 온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고,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멀리해야만 하는 상황. 고난이 빨리 종식되기를 희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상처가 속히 아물기를 바란다.

 

생을 달리한 많은 분에게 전하는 위로의 한마디,

 

처음이휴영(處陰以休影)

처정이식적(處靜以息迹)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발자국은 바쁠수록 더 따라붙는다. 그늘에 들어야 그림자가 쉬고(處陰以休影), 고요한 곳에 머물러야 발자국이 쉰다(處靜以息迹).”

 

그동안 당신의 그림자도 매우 고되었을 겁니다. 일평생 따라다니느라 고생했을 그림자를 이제 그만 풀어 쉬게 하고. 마음의 평안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03 12:53 수정 2020.09.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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