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나는 단연코 ‘책’ 이라고 말할 것이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닌 이유 없는 위로와 공감을 얻기 위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자신의 관심사로 가득 찬 독립서점의 주인들과 그들의 소소한 공간을 함께 즐기는 이들이 늘며 책은 더 이상 다가가기 힘든 혹은 지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7년 최고 시청률 21%를 육박했던 국민 드라마 ‘도깨비’ 속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장면 속 책이 숨어있다. 바로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다. 장면 속 여주인공을 바라보며 남자주인공이 읊은 시는 방영 후,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 속 <사랑의 물리학> 은 드라마의 내용과 적절히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불러왔다. 이러한 점에서 많은 드라마 속에는 책이 등장하고 있다.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시(詩)로 풀어내며 사회초년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신선한 주제로 주목받은 바 있다. 또한 매회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시를 소개하며 극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밖에도 최근 방영중인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골마을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남자주인공을 통해 책이라는 매체가 등장한다. 특히 드라마 속 독서모임이 등장하며 나이와 직업과 무관하게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극중 소개되는 다양한 책들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잘 녹여내며 힐링 멜로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드라마 속 우연히 접한 책을 통해 뜻하지 않은 위로와 행복을 얻는 이들에게 극 중 독서모임에서 소개된 시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속 정호승 시인의 <술 한잔>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 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 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