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

익숙한 공간에서 느끼는 묘한 낯섦

실재와 가상에 대한 논의, 글이 아닌 그 자체로의 초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세계적인 작가, 현대미술의 진가를 보여주는 레안드로 에를리치를 만날 수 있다. <<Leandro Erlich: Both Sides Mow>>1217일부터 2020331일까지 개최된다.



장 보드리야르는 모든 세상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것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을 폭로하고자 했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재에 대한 믿음 그 자체를 비판한다. __『20세기의 매체철학』, 심혜련 中에서


 

百聞不如一見.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보드리야르를 우리에게 그대로 체험시켜준다. 보드리야르 이후로 핵심적인 논의로 자리잡은 실재와 가상에 대한 논의 그 자체로의 초대에 응해보시기를.

 




전시 카탈로그 중__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작가가 주로 다루었던 인식이라는 주제에서 나아가 주체타자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전의 전시가 우리가 보는 세계가 실재와 일치하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환기시키며 환영과 실재’, ‘허구와 진실등의 개념을 주로 드러냈다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혹은 주체란 그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며 결국 주체타자의 경계가 모호함을 언급한다. 광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그림자처럼, 우리가 보는 세상, 혹은 타자라 생각하는 대상은 우리의 시선을 광원으로 해서 만들어진 그림자일 뿐이다.

 

이번 전시에서 세계적인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남한과 북한을 주제로 <구름>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남한과 북한은 그 자체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양 하에 인식된다. 즉 어떠한 것의 순수한 본성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구름은 하나의 하얗고 둥그런 형태로 인식되지만, 그것은 결코 순수한 물질이 아닌 여러 가지 물질들의 혼합이자, 바람에 따라 변화하는 가변적인 것이다. 작품감상의 방향에 따라 흩어지고 모이는 형상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은 과연 순수한 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자동차극장>은 작가가 이전에 선보였던 소형자동차 작품을 실제 크기로 제작한 버전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작품이 전달하는 무상감과 쓸쓸함이 강렬히 느껴진다. 존재와 비존재, 실재와 반영이미지, 물질과 표상. 모래는 생성이자 소멸이다. 즉 이 세상에 완전한 경계란 없으며 온전하게 순수한 개념 또한 없음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탑의 그림자>가 아닐까 한다. 이 작품만 있었다고 해도 그 가치가 충분할만큼. 작가의 유명작인 <수영장>의 한국 버전이랄까? 무영탑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신작이다. 탑이 완성되면 그림자가 보일 것이라고 믿다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목숨을 끊은 아사녀에게 그림자는 곧 탑의 완성이자 남편 아사달의 약속이었다. 그림자라는 반영이미지와 실재의 혼돈. 여기서 작가는 우리를 그 반영이미지 안으로 불러들이고, 이때 반영은 실재하는 탑이었음을 알게되며 우리는 넘실대는 물결 안에서 아사녀의 심정을 느껴본다.


이때부터 나는 인식의 어딘가가 뒤집어지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꼈는데, 이제부터 작가는 우리를 더욱 혼돈시킨다. 그의 주된 무기는 거울’.


<잃어버린 정원>, 창을 통해 정원을 내다보면, 건너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를 마주하게 된다. <탈의실>, 익숙한 공간 안에서 우리는 나와 타인을 같은 반영이미지로 마주하게 된다. 이때 나 자신을 타자로 마주하는 기분을 느끼고, 내 존재의 실존에 대한 의심을 떠올리게 된다. <엘리베이터 미로>, 평범해 보이는 엘리베이터, 익숙한 공간에 항상 존재하던 거울을 삭제함으로 낯설게 한다. 거울이 아님을 깨닫기 위해서는, 확인을 해봐야했다. 엘리베이터의 거울은 우리에게 당연한 사실이자 엘리베이터의 본질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세계의 등가물은 없다. 이것은 세계에 대한 정의이거나 세계에 대해 정의할 수 없음이다. 이제 등가물도 복제도 재현도 거울도 없다. 어떤 거울이건 여전히 세계의 일부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세계에 대해 확인 가능한 것도 없다. 그러므로 현실은 속임수이다. 확인 가능한 것이 없다면, 세계는 근본적인 환상이다.” __시뮬라시옹』, 장 보드리야르 中에서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이러한 지점을 관람자에게 실제로 체험시켜주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해온 세상을 기반으로 속임수를 만들고, 이를 확인하게 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실제 세상에서 역시 우리가 속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에 도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더뷰>에서 역시 우리는 반영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경계가 지극히 모호함을 실감하게 된다.

 

마지막 전시공간에서는, 작가가 영감을 받았던 영화들을 이용한 포스터 13점이 있다. 전시의 시작이 이곳이라고 여겨 거꾸로 관람하기 매우 쉽다는 점 유의하시길 바란다. 사실, 제가 거꾸로 관람하고는 순서를 바꿔 다시 돌아오며 감상하면서 꼭 2층부터 관람하기를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본래의 순서가 2층부터라는 점! 그러나 영화포스터를 먼저 보고, 2층으로 가서 원래순서대로 감상하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북서울 시립미술관에서 꼭 레안드로 에를리치를 만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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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작성 2020.03.08 17:14 수정 2020.03.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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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