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원래 여러 사람들이 같은 밥상에서 함께 먹는 일의 시작이다. 먹거리 생산이라는 본래의 역할 외에도, 농업활동과 결합하여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농업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농업활동에 내재한 치료적 요인을 활용해 아픈 사람을 돌보거나, 지식·기능이 필요한 사람에게 농업분야의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실천을 사회적 농업이라 부른다.
(사회적 농업의 실태와 중장기 정책 방향 / 김정섭외3인 / 2017)
치유농업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중세시대의 병원 근처에 부속농장이나 정원을 두어 농산물을 생산하고 남은 것을
팔기도 하였으며, 농사와 정원가꾸기가 환자의 정신·신체 재활에 도움을 준다는 기록이 존재할 만큼 치유의 목적으로 농업을 이용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1950~60년대에 들어서 농장을 이용한 치료활동은 장애인의 사회복귀, 작업요법의 활용 등으로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또한 선조들이 자연을 중시하고 채소를 가꾸거나 꽃을 키우면서 위안을 찾았다는 여러 기록들이 존재하며, 고려시대 명문장가였던 이규보(1168~1241)선생은 강화도에서 오이, 가지, 순무, 파, 아욱, 박의 여섯 가지 채소를 텃밭에 키우면서 그 활동을 시로 표현하며 위안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 의식주고, 이 모든 것의 근원은 농업이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선생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최근 한국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치유농업이란 무엇일까?
치유농업의 개념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먼저 치유농업과 사회적농업이 분리된 국내의 실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이슈로 떠오른 치유농업은 국가마다 용어와 집중하는 분야, 추진 주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건강농업, 치유농업, 녹색 치유농업, 사회농업 등 불리는 이름은 여러 가지였고, 집중 분야도 달라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치유농업이 발달한 반면, 영국은 원예치료, 독일과 핀란드는 동물매개치료가 발달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농업분야의 민간에서 시작된 치유농업이 국가지원으로 더욱 발전하여 농촌혁신과 사회 치유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치유농장이 농가소득과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네덜란드 연방정부가 2001년 농가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가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전문화된 개인 중심의 치유농장이 75개(1998)에서 1천100개 이상(2011)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치유농장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면서 농장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중단되었지만, 대신에 농장 이용비용을 정부가 대신 지불하는 형태로 전환되어 운영되고 있다. 치유농장에서 치유,돌봄, 건강 증진이 모두 이뤄지며, 소득은 농업생산과 치유활동 모두에서 얻어지는 형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러한 사회적 농업의 형태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대개의 경우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적인 농장이나 주식회사가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농업과 치유농업이 아래와 같이 서로 분리된 채로 유입됐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사회적 농업의 경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이들은 비용지불능력이 낮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수다. 반면 치유농업 이용자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여가나 체험 또는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비용지불능력을 가진 개인이다.
‘치유’와 함께 사용되는 용어인 ‘힐링(Healing)’의 사전적 의미는 치료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현재 트렌드에서 말하는 힐링은 우리말의 치유에 가깝게 사용되며 치유는 치료를 통해 상처가 나아가는 과정, 상처가 나아가는 과정에 관여하는 요법 등을 담은 넓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를 이용해 국민의 신체, 심리, 정서, 사회, 인지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치유농업의 범위는 채소와 꽃 등 식물 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산림과 농촌문화자원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하며 그 목적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의료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다. 일반 농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농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건강의 회복과 예방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의 개념은 ‘한국형 치유농업’이란 개념으로 정립되었는가? 치유농업의 본질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통합하는데 기여하는 농업실천’(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7)이다. 비단 치유농업이 지역의 환경과 제도에 따라 다르게 발전유형을 갖는다고 하지만 치유농업이 가진 본질에 비해 부족해 보인다.
‘한국형 치유농업’이 사회적농업의 본질을 유지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첫째로 현재애매모호한 사회적 농업의 대상 범위를 정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상은 너무나도 광범위하다. 이를 조정하고 통합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치유농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치유농장들만의 협력과 정보를 공유하는 긴밀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더 나아가 협동조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며 치유농장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화를 이룰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로 치유농업 서비스 제공에 대한 것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보건복지 분야의 여러 제도들과 연계, 조정, 통합 등의 시도가 필요하며 한국형 치유농업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일세,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말처럼 치유농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재고하여 막 태동하기 시작한 ‘한국형 치유농업’의 대한 기반마련과 방향성을 잡는다면 진정한 ‘한국형 치유농업’이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국내외 치유농업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