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2일자 코스미안뉴스에 보도된 아래와 같은 단신이 있다.
‘평행세계는 존재하는가? 인물이 두 세계에 동시에 존재, 이론적으로 가능, 현재 S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에는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한 인물이 두 세계에 동시에 존재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세계, 우리는 이것을 '평행세계'라고 한다. 과연 평행세계는 진짜 존재할까? 평행세계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없지만 과학자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1991년 개봉된 영화 ‘베로니끄의 이중생활(The Double Life of Veronique)’이 있다.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Krzysztof Kieslowski 1941--1996)가 감독, 프랑스-스위스 여배우 이렌느 야콥(Ire'ne Jacob, 1966 - ), 벨기에 남배우 필립 볼터(Philippe Volter 1959-2005), 프랑스 여배우 샌드린 듀마스 (Sandrine Dumas, 1963 - )등이 출연한 영화로 이렌느 야곱(Ire’ne Jacob, 1966 - )이 일인이역을 맡아 열연한다.
키에슬로프스키는 ‘세 가지 색깔: 블루, 화이트, 레드(Three Colours (Trilogy) : Blue(1993), Red(1994), White(1994)’라는 3색 연작 시리즈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 둘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다. 폴란드의 베로니카와 프랑스의 베로니끄, 둘은 상대방의 감정과 경험을 어렴풋하게나마 공유하며 서로의 존재를 느낀다. 노래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베로니카는 우연한 기회에 콘서트 독창자로 발탁되지만, 공연 도중 갑자기 심장이 멎어 숨을 거둔다. 한편 베로니끄는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던 중 까닭 모를 상실감에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던 그녀는 어느 날 학교를 방문한 마리오네뜨 인형극을 보던 중 인형사 알렉상드르에게 강렬하게 이끌리는데…
2016년 초 두 달간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5회 연속 1위를 차지,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을 제치고 5관왕에 오른 뮤지컬 배우 차지연(당시 34세)의 외할아버지는 판소리 무형문화재 박오용 옹이란다. 그 끼를 물려받아서일까 세 살부터 ‘국악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다는 그녀는 발라드든 록이든 댄스곡이든 우주적 에너지가 폭발하는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시킨다는 평을 들었다.
옛날, 대형가수 패티김을 무색하게 할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래 가수가 꿈이었다. 사기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앨범 하나 내지 못했다. 뮤지컬 무대에 서고, 노래하면서 다 치유된 줄 알았다. 근데 차지연이란 이름으로 온전히 노래하고, 그것으로 인정받는 게 이토록 벅찬 줄은 몰랐다. 제 가슴 한편에 꽁꽁 숨겨 두었던 응어리를 다 푸는 느낌이었다. ‘복면가왕’은 실로 내 청춘의 그늘을 다 걷어내는, 한편의 씻김굿이었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
같은 해(2016년) 2월 11일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씻김굿이라 할 수 있는, 그가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렸다.
그가 처음 존재를 예측한 중력파가 101년이 지나서 처음 포착됐다. 13억 광년 전에서 날아온 중력파가 길이 4km, 지름 122cm 크기의 진공 튜브를 통과하며 해당 기기에 일으킨 길이 변화는 4x10의 마이너스 16cm2, 즉 4km 막대기가 1경분의 4cm가량 늘거나 줄어든 셈이란다. 이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오정근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구에서 6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성단에 사는 한 외계인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구에서 감지한 것처럼 태양이 원자 크기만큼 진동한 것을 지구에서 느끼는 것과 같다.”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刹那) 75분의 1초와 겁(劫)의 무한시간에서 볼 때, 이번 중력파를 일으킨 두 블랙홀이 충돌하는데 걸린 시간이 0.15초요, 당시 방출된 시간당 에너지가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나오는 모든 빛 에너지의 50배나 된다면, 이번 101년 만의 중력파 발견이나 우리가 장수해 100세 인생을 산다 한들 정말 찰나에도 못 미치지 않는가.
가수 윤형주가 그의 육촌형인 시인 윤동주(1917-1945)를 위해 작사, 작곡한 ‘윤동주님에게 바치는 노래’를 우리 같이 불러보리라.
당신의 하늘은 무슨 빛이었길래
당신의 바람은 어디로 불었길래
당신의 별들은 무엇을 말했길래
당신의 시들이 이토록 숨을 쉬나요.
밤 새워 고통으로 새벽을 맞으며
그리움에 멍든 바람 고향으로 달려갈 때
당신은 먼 하늘 차디찬 냉기 속에
당신의 숨결을 거두어야 했나요.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했던 당신은
차라리 아름다운 영혼의 빛깔이어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던 당신은
차라리 차라리 아름다운 생명의 빛깔이어라
당신의 땅, 당신의 자리에, 하늘이 내리네,
별이 내리네.
2016년 6월 3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칼럼 ‘벤치’에서 필자 이태희 건축가는 다음과 같이 독자의 가슴 속 깊은 감성 코드를 울려준다.
“나는 벤치를 볼 때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에 나오는 제롬과 알리사가 앉던 벤치를 생각한다. ‘좁은 문’ 첫 문장은 성경 누가복음 18장 24절에 나오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이다. 사랑하는 사이였던 제롬과 알리사는 나중에 헤어진다.
그들이 앉았던 벤치는 아마도 오래된 것이라서 나무가 회색빛으로 변했고 힘줄이 튀어나왔을 것 같은,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손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벤치일 거라고 생각한다. 콜드워터 캐년 공원에는 제롬과 알리사의 벤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인 루미의 시 한 구절이 남겨져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너를 만나리.”
‘Beyond the ideas of right and wrong, there is a field I will meet you there.’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아니더라도,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의 ‘별(the Stars)’이 아니더라도, 나는 어려서 밤하늘의 별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면서 내 집을 지으면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하리라 했다.”
아,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데자뷔(Déjà Vu)’였던가. 70년 전 나는 앙드레 지드(Andre’ Gide1869-1951)의 ‘좁은 문(프랑스어로 La Porte E’troite, 영어로는 Strait is the Gate, 1909)’에서 처음으로 참사랑에 눈을 뜨게 되었다.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고 이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 알리사에 폭 빠져 한동안 아주 지독한 상사병을 앓았다. 내 사춘기 어린 가슴은 물론 내 눈 속엔 언제나 알리사 뿐이었다. 알리사 외엔 이 세상에 아니 온 우주에 아무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너무 간절하게 사모하고 그리워하면서.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숨 쉬듯 알리사를 애타게 애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나의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첫사랑이었다.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실체 이상으로 실감할 수 있는 나의 절친한 연인이자, 동시에 이론이 아닌 실존의 나의 ‘평행세계’ 아니 ‘평행우주’이었다.
이 태곳적 나의 첫사랑이 내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되살아나 내 전신 세포 조직망으로 퍼지다 못해 용암처럼 분출해 내 눈앞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되고 있었다.
아, 우리는 하나같이 예외 없이 모두 각자 대로 평행세계 아니 평행우주에 살고 있음에 틀림없어라. 그 하나가 카오스라면 또 하나는 코스모스, 이 둘이 만나는 ‘카오코스모들판’이 우리 모두의 낙원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