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좋아하는 만큼 사는 것이리

이태상

 

4년 전 '수백만 표가 기분 내키는 대로 트럼프에게 쏠릴 것’이라고 족집게 전망을 내놓았던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1954-)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이 최근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사악한 천재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인생사 매사가 그렇지만 올해 미국 대선도 예측 불가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지지자의 67%가 존재감이 없는 바이든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트럼프가 싫어서라는 여론 조사가 있다.


2016년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트럼프가 못마땅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더 싫어서였다고 했다.


'인간사에서 무엇이고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보의 특권이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밖에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To be certain about anything in life is the privilege of a fool because there is only one thing to be certain about- that there is nothing to be certain of.)'


이와 같은 말이 있는가 하면,  2001년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 팔린 ‘과학 콘서트'의 저자로 한 달 강연 요청만 1,200건을 받는다는 KAIST 정재승 교수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과학은 태도"라고 했다는데, 이게 어디 과학에서 뿐이랴. 세상 살이 전반에 해당되는 말이리라.  그리고 어디 또 그뿐이랴.


1979년 뉴욕 맨해튼에 트럼프타워가 세워지기 시작할 때, 생뚱맞게도 나는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로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는 버락 오바마를 보면서도 나는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그 다음 해인 2005년 말 내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세 딸들에게 물려줄 유일한 유산으로 아빠가 살아온 삶을 짤막하게 동화 형식으로 작성, 천여 군데 한국의 출판사에 문의했으나 거절 만 당하다가, 2011년 '자연과인문'에서 '어레인보우: 무지개를 탄 코스미안'이 출간되었고, 이를  영문으로 다시 작성해 이천여 영미 출판사를 접촉한 끝에 2013년 내 첫 영문판 '코스모스 칸타타 (Cosmos Cantata: A Seeker's Cosmic Journey)'가 Mayhaven Publishing, Inc.에서 출간되었다.


그 후로 '코스미안(Cosmian)'이 지난해 (2019년) 가을에, '코스미안 랩소디(Cosmian Rhapsody)'가 올해(2020년) 봄에 Austin Macauley Publishers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되었는데,  '코스모스 칸타타 (Cosmos Cantata)'가 나오기도 전 그 출판 가능성을 알아보는 동안 셋째 딸 막내가 내 영문 원고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면서 쓴 Cover Letter 를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 아래에 옮겨본다.

(이 편지와 내 원고를 받아 본 오바마 대통령은 친필 서명된 사진과 답장을 보내왔다.)


​Dear Mr. President,


I can't imagine that you have surplus free time to read all the letters from your fans, but as it is Father's Day, it is also perhaps the best time to share something with you that happens to be very important to my own father. 


My father, Tae-Sang Lee, is one of life's rare treasures, an uncannily passionate and warm soul, an idealist and visionary. And obviously, my sisters and I think he's quite special.  He is an immigrant from Korea, via England where we were all brought up, and while English isn't his first language, he has considered it of utmost importance to compose and share a version of his memoirs in English.


He says this is his only "legacy" to us. This isn't one's "typical" memoirs, however; it chronicles my father's very unique spiritual journey from childhood through adulthood, often through the eyes of characters like "The Little Prince".


At times quite fantastical, it truly shows my father's childlike innocence, as well as his connection to literature that reflects his love and connection to this innocence.


One may ask, "How could any of this connect to President Obama?" 


My father has seen you, since your speech at the 2004 Democratic Convention, as a real "kindred spirit". He immediately connected with your brave and noble disposition and message, along with your trials, your beliefs, your wisdom, and your character.


As much as he wanted to share his cherished memoir with his children (my two sisters and myself), he has asked me to please 
forward it to you as well, to share with his "kindred spirit".


Now, please understand that my sisters and I are not delusional! We know how much of a long shot this is and that getting past any screening processes must be quite a challenge.


However, I know how important this is to my father, and I feel it's the right thing to do to honor his simple wish, and compose this cover letter to send along with his manuscript. It means a lot to him that his "kindred spirit" would have a chance to discover his story.


I appreciate you reading this letter and hope that you also have a chance to read his manuscript. He's a special man with a special 
story told in a very special way.


My sisters, Hae-a and Su-a and I thank you profusely for taking some precious moments of your time to read this letter. My father Tae-Sang will be most honored, as well. Thank you for sharing your gift and passion with the world and with us.


Sincerely,


Song-a Lee


위에 '(과학은) 하나의 태도'라는 정재승 교수의 말을 인용했지만, 내가 84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직접 경험했거나 관찰한 바로는 어떤 '대결 상황'에서나 그 승패나 결과는 미리 결정되는 것 같다.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태도'라기보다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의 '기(氣)라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의 서부활극 영화 '셴(Shane)'이나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David and Goliath story)'에서처럼  말이다.


어떻든 인종과 국적, 남녀 성별, 재산과 학식 유무, 사회계층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개인이고 국가이고 간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작은 그림은 각자가 그리는 것이겠지만 큰 그림은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큰 그림이 그려지기 위해 '출연 배우'로 '성인(聖人)'도 '죄인(罪人)'도, '영웅'도 '악당'도, '승자'도 '패자'도 있게 되는 것이리라.  아,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하는가 보다.


누가 더 바보일까?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린애와 빛을 두려워하는 어른 둘 사이에서. 때때로 사실이 거짓으로 꾸며낸  일보다 더 이상하다지만 성한 사람이 이상하게 미치는 것은 이상하게 미친 세상에 대한 아주 성한 반응 이며  그 대응책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거짓말 중에 거짓말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이고, 그것이, 거짓말에 머물지 않고 거짓 삶으로 연장되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가 더 좀 생각해  볼 때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수학적인 공식으로 예를 들어 보자.


1+1=2로 당연한가 하면 1+1=11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은가.


자주 반복되는 거짓말이 그 숨은 진실을 말해주는 참말이 되는가 하면, 자질구레하게 서투른 거짓말하지 않고 묵묵히 '소 눈깔 명상하듯' 입 꾹 다물고 침묵을 지킴으로 엄청나게 더 큰 거짓말을 결과적으로 하는 수도 있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생략  또는  부정하고 불신하며 망각하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추측, 편견, 선입관, 고정관념, 예측, 기대, 환상 등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이다.


또 흔히 사람들은 현실적이기보다는 희망적이고, 환멸을  느낄 때는 느끼더라도, 배신의 쓰라린 상처를 입을 때는 입더라도, 사람은 머리로 생각하는 동물이라기보다 가슴으로 느끼면서 꿈과 믿음으로 숨 쉬고 사는 미신(迷信)의 산물(産物)인지 모를 일이다.
 

또 좀 생각해 보자.  세상에 그림자 없는 빛이 없듯이 실망하지 않을 기대란 없을 테고, 상처받지 않을 사랑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사랑을 모르는 인형이, 고독을 모르는 동상이, 눈물을 모르는 조각이 되기보다, 거짓을 외면한 진실을 찾기보다, 자연을 외면한 진리를 찾기보다,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알뜰살뜰한 사람이 되리라.
  

어둠, 거짓, 슬픔, 아픔, 실망, 절망, 회의, 배신, 이별도 살리고 고독도 살리리라.  추(醜)함도 천(賤)함도 , 잃음도  없음도, 모두를 살리는 살림꾼 되어 볼거나.


한 남자가 (또는 한 여자가) 동시에 여러 여자를(여러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비록 그가 (그녀가) 결혼하는 한 여자(남자)에게 육체적인 정절을 지켜야 한다고 해도.


이렇게 미국의 시인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 1878- 1967)는 살아생전 생각했었다고 한다.


"영원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그 대상이 되는 섬광처럼 번쩍이는 바로 그 일순간이리라"라고 독일의 신비주의자 야곱 뵈메는 믿었다고 한다.  


(The German mystic Jakob Boehme (1575-1624) believed that eternity consisted of a flash of a lightning-like moment when we became the very object of our love.)


정녕 그렇다고 할 것 같으면

사랑하는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다양하게 여러 가지 대상

그 자체가 되어보기도 할 것이고

그만큼 오래오래 두고두고 영원히

번득이는 찬란한 삶을 살게 되리라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가 하면 내가 생각하기에 아니 느끼기에 따라서 내가 사랑하는 대상의 모든 것 전부를, 전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일부, 내가 그리워할 수 있는 만큼만, 내가 희망해 볼 수 있는 만큼만, 그만큼씩 만이라도 그 대상이 바로 나 자신이 되기 때문이리라.


마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뛰노는 어린애들이 소라껍데기 주워 모아서 하나씩 정성껏 목걸이 꿰어 만들어 조금씩 바다가 되듯, 조금씩 엄마 젖 빠는 갓난아기가 조금씩 엄마 되는 것  같으리.잔칫상에 아무리 음식이 많더라도 내가 먹고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어라.


세상에 아무리 꽃과 별이 많아도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것만큼 뿐이고, 세상에,아무리 소리가 많다 해도 내가 들을 수 있는 것밖에, 그 밖에는 있어도 없는 것 아니랴.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가깝다고, 낳기보다 키우는 게 자식이고, 핏줄보다 섬기는 게 부모이며, 차지함보다 사모함이 애인이다. 꽃을 보는 눈은 꽃이 될 것이고, 별을 보는 눈은 별이 될 것이며 음악을 듣는 귀는 음악이 되리라. 사랑하는 만큼 우리 가슴 뛴다면 우리 가슴 뛰는 만큼 사랑하기다.아름답게  순수하게  거리낌 없이 그침 없이 숨 쉬듯  사랑하리라. 한 사람도 좋고, 열 사람도 좋고, 한 가지도 좋고, 백 가지도 좋다. 풀도 꽃도 나무도, 봄도 가을도,  비와 바람도, 좋고 다 좋다.


꿈도 추억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더 좋아지고

좋아하는 만큼 네가 되고
  
좋아하는 만큼 내가 되는 것이며

좋아하는 만큼 우리 사는 것이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전) 코리아헤럴드 기자

전) 코리아타임스 기자

현) 뉴욕주법원 법정통영관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8.16 15:13 수정 2020.08.1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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