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오바마가 현재 코로나 펜데믹으로 사망한 미국인이 15만 명을 넘었다고 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 숫자는 2, 3주 전 숫자이고 지금은 17만이 넘었다며 틀렸다고 비난하자 뉴스 해설자들이 ‘그래 (2, 3주 그동안) 당신이 더 많은 사람을 죽였지(Yah, you killed more people!)’라고 코멘트 했다.
유머는 인격(人格)으로 스스로를 웃기는 일이라면 코미디는 성격(性格)으로 남을 웃기는 일일 테고, 조크는 실격(失格)으로 말을 웃기는 말장난일 뿐, 아무도 웃기지 못하는 것이리라.
몇 년 전 뉴욕타임스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었다.
그가 두 은행을 턴 무장강도범 피의자로 피소될 때까지 현직 경찰관 알렌 쇼트 형사는 그 누가 봐도 모범적인 경찰관이고 시민이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장난감을 모아 정성껏 포장해서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이웃에 사는 어린이들 생일날에는 자기가 키우는 조랑말도 태워주며 언제나 자진해서 기꺼이 남을 돕고 좋은 일 많이 하고 사는 그는 친구와 동료들 사이에서도 늘 농담 잘하고 놀기 좋아하는 익살꾼으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한 그가 지금은 보석이 허락되지 않는 중범으로 감옥에 들어가 있다. 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아빠인 (당시) 37세인 쇼트 씨는 최근 두 은행에서 2십 1만 달러를 강탈한 강도죄로 기소되었다. 한 번은 3일간의 사법경찰관 세미나에 참가한 후 귀가 도중 뉴저지주(州) 남단 케이프 메이에 있는 한 은행에서 9만 2천 6백 90 달러를, 또 한 번은 머서 카운티에 있는 한 은행에서 11만 7천 3백 10달러를 털어간 것 외에도 1989년 8월부터 그는 뉴저지주 중부 및 남부 지역에서 7개 다른 은행들도 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미연방수사국(FBI)이 발표했다.
쇼트 씨는 케이프 메이 카운티 로우어 타운십에 있는 미들랜틱 내셔널 뱅크에 작업복 차림에다 가짜 수염을 달고 짧은 검은 머리 색깔의 가발을 쓴 머리에 야구모를 그리고 색안경을 끼고 들어가 금전 출납 은행원에게 총을 들이대 은행 금고를 열어 그가 들고 간 운동 백에 돈을 넣게 한 후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이때 이 은행에 들어서는 당일 비번의 형무소 간수 고객에게 은행원이 눈짓으로 알려 그가 뒤따라 나가 지나가는 경찰차로 추격, 쇼트 씨를 검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근무해 온 경찰서 주변 사람들은 쇼트 씨가 로빈 후드처럼 그동안 은행을 털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어 온 것 같다고 말한다. 그와 가장 절친하게 지내온 한 동료경찰관은 이와 같은 말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그의 어린 시절에서 하나의 실마리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떠나 그는 엄마와 무능하고 무뚝뚝한 의붓아비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집세를 못 내 번번이 세 든 집에서 쫓겨나 이사를 많이 다니는 동안 그는 학교를 열네 번이나 옮겨 다녔다고 한다.
이상이 한 인격(人格) 스타 이야기라면 다음은 분명히 한 성격(性格) 스타가 ‘그것도 성적(性的) Sex 문제로’ 수백만 미국 어린이들의 사랑받는 ‘아이 같은 어른’ 스타에서 어른들의 쓴웃음을 자아낸 ‘어른 같은 아이’ 스타로 변신한 얘기가 되겠다.
애들이 즐겨 보는 1985년 개봉된 영화 ‘피위의 큰 모험((Pee-wee’s Big Adventure, 1985)과 ‘빅 톱 피위(Big Top Pee-wee, 1988)나 1986년부터 미국 CBS에서 방영해 온 에미상 수상의 토요일 아침 TV쇼 ‘피위의 놀잇간(Pee-wee’s Playhouse)’에 등장하는 피위 허맨(Pee-wee Herman)의 실제 인물, 폴 로이븐스(Paul Reubens, 1952 - )가 플로리다주(州 ) 사라소타의 어느 한 포르노 성인영화관에서 자위행위를 하다 ‘성기노출죄’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의 캐릭터 ‘피위 허맨’이란 이름부터가 우연이 아니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어린애 오줌 누일 때 한국에선 우리말로 쉬-쉬-하듯 영어로는 ‘위-위-(wee wee)’하고 ‘피-(P-)’는 ‘고추(자지)’란 뜻의 ‘페니스(Penis)’의 머리글자인 데다 ‘허먼(Herman)’은 영어로 여자를 가리키는 ‘She’의 목적격 ‘Her’에다 남자란 ‘맨(man)’을 갖다 붙인 복합어(複合語) 곧 합성어(合性語)로, 여자 대용(代用) 대신(代身) 자신(自身)의 몸을 스스로 자위(自慰/自爲)한다고 볼 수 있을 법도 하지 않은가.
어떻든 이와 같은 뉴스와는 대조적으로, 줄이면 ‘좆(?)’이 될 수도 있을 ‘조지’에다 우리말로는 수풀(森林)을 일컫는 ‘부시’(George H. W. Bush 1924-2018) 제41대 미국 대통령이 1991년 클래런스 토마스(Clarence Thomas, 1948 - )를 미국 대법원 판사로 지명하면서 ‘그보다 더 자격 있는 적임자가 없다’고 한 말 같지 않은 말은 그야말로 실격(失格)의 조크조차 못 되었으리라.
전(前) 부하직원이었던 미국의 법학 교수 아니타 힐(Anita Hill, 1956 - )과의 성희롱 사건으로 ‘스타(star)’가 되었든 클래런스 토마스 판사는 ‘스타’이되, 실격(失格) ‘스타,’ 아니 땅에 떨어진 ‘별똥’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2015년에 나온 ‘풍자, 자유의 언어 웃음의 정치’란 책이 있다. 2015년 3월 16일자 중앙일보 BOOK 페이지에 게재된 ‘종교개혁-산업혁명-과학혁명, 그 바탕에는 풍자문화 있었다’는 제목의 서평에서 김환영 기자는 “번역해서 해외로 수출해 도서 한류를 몰고 올 수도 있는 역작”이라 극찬하면서 저자인 전경옥 숙명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풍자를 이렇게 정의한다고 인용했다.
“편견-악덕-모순-부조리-어리석음 등을 비난하거나 이를 개선하려 는 기대감을 갖는 빈정거림이며,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것을 경계하는 대안으로, 대중 담론을 형성하는 방법이며 대중민주주의의 장치이다.”
이 정의는 쉽게 한 마디로 웃을 일이라는 소리가 아닐까.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동화 ‘황제의 새 옷(The Emperor’s New Clothes, 1837)’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세상은 웃을 일 천지가 아닌가.
우리가 입는 옷의 패션이나 쓰는 모자 또는 감투를 비롯해서 벗은 몸에 새기는 문신이며 치장하는 화장과 장신구 등 그리고 각종 의식과 행사가 다 웃기는 일들 아닌가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어린애도 울지 않고 빵긋빵긋 웃으며 태어난다. 우주 만물이 다 웃고 있다. 해와 달과 별들이 그렇고, 구름과 바람이 그러하며 나무나 풀이, 풀꽃과 눈꽃이, 빗방울과 이슬방울이 다 그러하다. 내가 웃을 때 거울 속의 내고 웃고 있듯이 모두가 웃고 있지 않나. 우리는 기뻐도 웃고 슬퍼도 웃는다. 그래서 ‘웃기다’와 ‘슬프다’의 복합어 합성어로 ‘웃프다’란 말도 있나 보다.
영어에 Have a last laugh라고 최후에 웃는 자가 참으로 웃는 자란 말이 있지만, 우리가 고고(呱呱)의 소리를 내는 순간부터 숨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이란 아니 사랑이란 무지개를 타고 이 지상으로 잠시 내려와 실컷 놀다가 죽음이란 미지의 다른 안락(安樂)한 무지개를 다시 타고 우리의 고향 코스모스 다른 별나라로 갈 때까지 웃을 일 뿐이리.
너무너무 다행스럽고 신비로워 무한히 감사할 뿐이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전) 코리아타임즈 기자
전) 코리아헤럴드 기자
현)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