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구월(九月)의 길목

신연강



구름 사이엔 신의 유희. 이내 굵은 빗줄기가 퍼진다. 갈대를 지난 바람이 성큼 다가와 짙은 풀내음을 전하고, 무더위를 식혀주던 풀벌레들의 작은 음악회. 그 화음을 들으며 나무 한 그루가 주는 위안의 그늘에서 뽀얗게 살이 오른 청포도를 도둑 괭이마냥 입에 넣는다.

 

새 계절을 여는 시간. 이슬을 머금은 아침 공기가 음악처럼 가슴에 스며드는 청명의 시간, 늘 반복되는 일임에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한동안 버겁게 느껴진다. 해오던 일에 한 획을 그으며 게을러진 손에는 책을 쥐어준다.

 

울창한 숲엔 매미들의 마지막 구애. 여름을 한껏 움켜쥐었던 포플러의 커다란 손이 서서히 무뎌가고 있다.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한적한 길가에서 철없이 나뒹구는 고추를 빨갛게 칠하고 나면, 가을은 어느새 곁에 와 조곤조곤 속삭인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9.04 10:31 수정 2020.09.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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