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미션 파서블(Mission possible)

신연강




미소년 같은 배우가 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온갖 험난한 미션을 거침없이 해내는 탐 크루즈(Tom Cruise). 그의 활약엔 한계가 없다. 그의 미션엔 제한이 없다. 그를 보며 자라난 한 사람. 얼추 나이가 비슷하나 그의 활약엔 한계가 많다. 그의 미션엔 제약이 많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탐이 주연한 영화는 대히트를 친다. 이른바 흥행보증수표인 셈이다. 탐의 영화를 즐기며 탐처럼 사는 것을 꿈꾸던 한 남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자신을 위로한다. 일생에 세 번 이상 직업을 바꾸는 것이 일반화된 미국사회와는 달리 한번 뿌리박은 직장을 천직으로 알고 정년까지 좀체 변화가 없는 느린 사회에서, 그의 역할엔 한계가 많다. 탐처럼 여러 역할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탐이 하는 여러 미션을 수행할 기회도 역량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가 맘껏 할 수 있는 일이란, 펜을 힘껏 쥐고 손 가는대로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잔소리도 눈치 볼 일도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펜 가는 대로 기를 모아 글을 써간다.

 

탐의 영화가 뜸하다. 시리즈로 나오는 그의 영화는 많은 팬들이 기대하며 반갑게 맞는다. 탐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늘 미소년의 매력적인 미소를 싱긋 건네던 정상의 배우가 미션의 한계를 느껴서 일까, 아니면 미션이 줄어들어서 일까. 시간이 흐르는 것은 흐르는 것, 나이가 드는 것은 드는 것. 그렇지만 전 세계 많은 팬들은 여전히 보고 싶어 한다. 탐이 불가능한 미션(mission impossible)을 성공적으로 완수(mission completed) 하는 것을.

 

탐을 생각하면서 나의 미션을 생각한다. 탐의 미션은 애초에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지만 기적적으로 성취되며, 박진감 넘치면서 스릴로 꽉 차지만, 그에 반해 나의 미션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다소 벅찬 것이었다. 다만, 스릴은 없어 보이나 적어도 글쓰기의 감흥은 컸으며, 눈에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갈 곳을 지향해왔고 할 수 있다.

 

코스미안과 함께 한 1년이 다가온다. 본격적인 글쓰기를 한 것도 코스미안 칼럼을 시작하면서였다. 작년 이맘때 전승선 대표께서 칼럼을 열어주면서 시작된 나의 글쓰기가 일 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인터넷 신문사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문사와 독자께 깊이 감사한다.

 

탐은 어디에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어디에선가 재충전을 하면서 다음 미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나이가 들더라도, 탐은 그 어느 곳에선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하며, 미션이 주어진다면 다시 등장해 멋지게 수행할 것이다. 나 또한 변변치 않은 역할이었으나, 1년 동안 매주 1편의 글을 게재하려 애써왔다. 모친을 떠나보낸 얼마간을 제외하면, 필자 나름의 미션을 열심히 수행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돌아보면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자신과의 약속이며, ‘자신과의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가을엔 가벼운 마음으로 들판을 걷고, 하늘에 나는 새를 바라보고, 흰 백지 위에 펜을 돛대 삼아 생각이 부는 대로 항해해 볼 것이다. 코스미안엔 좋은 작가들이 발굴되어 필진도 보강될 테니 화음이 근사해지지 않겠는가.

 

탐은 언제쯤 나올까. 나로서는 미션을 두루 마쳤으므로-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으므로, 여유를 가지고 보상을 해줄 시간이다. 이제 호두과자를 입에 넣고 리모컨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탐을 지켜볼 것이다.

그의 미션 임파서블, 그리고, 나의 미션 파서블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0.17 11:46 수정 2020.10.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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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