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에게 함암효과가 있는 신약인 것처럼 소문난 급증한 개 구충재 ‘펜벤다졸’을 구입해 복용하는 환자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없고 부작용을 우려,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병)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펜벤다졸 동물용의약품 판매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펜벤다졸의 판매량은 22만 9000정(tablet)에 달했다.
이는 2019년 1월에서 8월까지 판매된 월 평균 4만 7000정 대비 약 5배 급증한 수치다.
구체적인 판매실적을 보면 2019년 9월 암치료 효과가 있다는 유튜브 게재후 품절 현상이 나타났고 다음 달인 10월 판매량은 5만 6000정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11월에 바로 40만 3000정이 판매되며 그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2020년 상반기에는 월평균 12만 2000정이 팔렸는데, 이는 2019년 상반기(4만 8000정) 대비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중앙부처의 관리감독은 미흡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자체와 동물용의약품 판매업소 등에 해당 제품이 사람의 암치료 목적으로 판매되지 않도록 업무협조 공문을 보낸 것은 펜벤다졸이 화제가 된 2019년 10월까지였다.
공문 발신 뒤 후속조치도 부족했고,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그릇된 정보 확산에 대해 바로잡기 위한 홍보·지도 등 적극행정에 나서지 않았다.
실제로 폐암 4기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미국에서 개 구충제로 암을 치료했다는 주장이 나온 뒤 펜벤다졸을 복용했으나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켰다 말했다.
김씨는 "(복용 초기에는) 식욕도 좋아지고 목소리도 좋아지고 간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라며 "하지만 이게 한 5개월 정도 되니 다시 간 수치가 조금씩 오르고 암 전이됐던 데가 조금씩 더 크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암이 악화됐기 때문에 절대 저는 권하고 싶지 않다"라며 "다시 그런 입장에 돌아간다면 안 할 거다. 절대 암을 죽이지 못했다. 만약에 우리 가족이 그런 일이 있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의원은 “펜벤다졸 구입이 어려워지자, 중고거래·해외직구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사례도 지속되고 있다”며. “근거없는 펜벤다졸의 인기는 사그러들지 않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감독은 매우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의 불법유통, 오·남용 등으로 국민의 건강이 위협이 우려되지만 농식품부가 나서서 식약처,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협의, 보다 강화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