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시작됐다. 지난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제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2년 4개월만이다. 대체복무제도 실시를 통해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제도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군 입대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의 자유를 온전히 존중하고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 모든 청년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사회에 복무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하루 빨리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체복무 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에 대한 부분이다. 26일 대체복무를 시작한 63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모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후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사람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는 심사위원은 국방부장관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어떠한 형태로든 심사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래서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밖에 두어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징벌적 수준의 대체복무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UN 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체복무 기간이 과도해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의 1.5배를 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현역 군인의 대체복무 전환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대체복무제도는 현역 군인의 병역거부권 및 대체복무 전환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체복무제도를 선택할 기회가 없었던 현역 군인들의 경우에도 자신의 양심에 따를 수 있어야 온전한 대체복무제도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정시설 외에도 다양한 공공·사회서비스부문에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교정시설에서 합숙근무를 하는 현재의 대체복무 형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 행사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외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여 병원, 양로원, 요양시설, 화재 감시, 자연 보호 업무 종사 등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대체복무제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양심의 자유를 온전히 존중하고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체복무제를 개선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