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뭐해요?”
“골프연습해”
“아니 왜 연습하세요?”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뭐가 부끄러워요?”
“골프연습하는게 부끄러워서.”
어린왕자의 “술꾼” 얘기같다.
‘술’대신 ‘골프연습’을 치환한 꼴이다. 술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골프치는 것이 부끄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그따위로 망가졌다니 말이다.
어제는 새달이 시작되자 만우절이었다. 제법 봄 처럼 따뜻했다.골프하기에 나무랄 수없는 날씨였다. 지난겨울 그렇게 추운데도 꾸준한 빈손스윙과 근력운동, 스트레칭도 했다. 더구나 실내퍼팅 연습도 날마다‘열심히 했었다.
아~
그런데 말이다. 도대체 말이 안된다. 실수도 골고루였다. 어, 그래도 그렇지. 서너홀 지나도 영점 조정이나 화면조정이 끝나지를 않는 것이다.생각한대로 공이 쳐지지 않는 것이었다. 스코링 에어리어라고 자신있었던 그린주면 어프로치는 길었다, 짧았다 도대체 볼이 내말을 듣지를 않는 것이다. 볼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나마 아쉽지만 롱게임은 그리그리 쳤지만 뭐에 홀린 듯 다른 샷들은 황당하기만 했다. 황망하고 참담하기 이를데 없었다. 화도 나고 스스로 실망스럽기도 했다.
돌아오면서 운전대를 잡고 한홀 한홀 복기를 해보았다. 복기를 하는 중 갑자기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스스로에게는 물론 화도 났지만 말이다.
첫째 그 동생을 비롯한 동반자들한테 제일 부끄러웠고, 골프채한테도 부끄러웠다. 그 겨울내 춥다는 이유로 입으로만 연습을 했고 상상속에서 빈스윙을 하고서 잘 칠수 있다고 자만한 내가 부끄러웠다. 한없이 말이다.
하루만 연습을 안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안하면 골프채가 알고 사흘을 안하면 동반자들이 알고 나흘은 안하면 온 세상사람들이 다 눈치챈다는 것.
이제야 내 교만이 얼마나 하늘을 찔렀는지 부끄러워 연습볼을 치고 또 쳤던 것이다.
너무 부끄러워서 연습에 연습을 한 것이다. 머리속이 온통 하얏다.
“연습 많이하는 놈한테는 못당해!” 입버릇처럼 동생들한테 연습많이 하라고 다그쳤던 내가 부끄러웠다는 고백을 이참에 해본다.
“미안했다. 동생들아! 정작 내가 연습이 부족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