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현장에서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이 통합교육을 받을 경우 가장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잘못된 인식이 ‘청각장애 학생들은 전부 말을 못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청력손실의 정도에 따라 발성이나 발음의 정도가 모두 개인차가 있지만 이러한 인식은 청각장애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지난 시간에는 청각장애 학생들의 말소리 특성 중 말명료도, 음성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 시간에는 앞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청각장애 학생들의 말소리 특성 중 조음 특성, 말속도 특성에 대해 살펴보고 이해함으로써 청각장애 학생들의 말소리 특성을 바탕으로 농학생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필요한 태도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조음 특성
조음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말소리의 산출에 관여하는 발음 기관 즉, 성대, 목젖, 혀, 이, 입술 따위의 움직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풀이되어 있다. 즉 말소리의 산출에 관여하는 여러 발음기관들의 움직임을 통하여 우리가 비로소 발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청각장애학생의 말에 나타나는 조음의 오류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성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조음 문제의 정도는 청력손실이 클수록 심하게 나타나며, 모음보다 자음의 오류가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생략 – 대치 – 왜곡 – 자음의 비음화 순으로 많이 나타나며 특히 종성의 생략이 가장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을 /테이비저/로 발음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 자음 특성
자음은 모음보다 높은 주파수에서 에너지가 분포되므로 감각신경성 난청과 같이 고주파수 청력손실을 가진 청각장애학생은 무성 자음의 지각에 곤란을 느끼거나 지각할 수 없다. 여기서 무성 자음이란 성대가 진동하지 않고 나는 자음을 말하며 한국어에서는 ‘ㄱ, ㄷ, ㅂ, ㅅ, ㅈ, ㅊ’ 등이 해당된다. 다음으로 청각장애학생의 자음 산출 시 오류 형태의 특성은 음소의 탈락, 대치와 생략이 많지만 왜곡도 상당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선생님을 /언앵님/으로 발음하거나, 자동차를 /다동타/로 발음하기도 하며, 아버지를 /아지/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나. 모음 특성
모음의 경우 모음을 산출할 시 모음 대치, 모음의 비음화, 이중 모음의 오류 등을 보이고 혀를 입안 중앙에 위치하여 각 모음에 따라 조금씩만 움직이기 때문에 모음의 중성화가 나타나고 모음을 보다 길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혀 위치의 변동이 적은 데다 모음 공간이 좁아 발음이 부정확하여 정확한 조음 위치에서 산출하지 못하고 중앙에서 산출하게 된다.
(2) 말속도 특성
청각장애인은 청인보다 거의 2배 정도 더 느리게 말한다. 느리게 말하는 정도는 개별 음소를 연장하는 것과 발화 사이에 휴지기가 길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청각장애인의 말속도는 청인의 말속도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청각장애인은 전반적으로 말의 속도가 청인보다 느릴 뿐 아니라, 조음 부분만을 보았을 때도 청인보다 느린 속도로 분절음을 산출한다. 청각장애학생들의 경우 동일한 강세를 주거나 적절하지 않은 곳에 강세를 두고 말소리가 느리며 단어 내에서나 단어 사이에 자주 쉼을 두며, 그 사이에 소리를 첨가하거나 단어를 연장하기도 한다. 또한 호흡의 조절이 미숙하여 한 번의 호기에 많은 음절을 말하지 못하며 말소리에 오류를 보인다.
청각장애인은 해부학적이나 생리학적으로 말 빠르기를 조절하는 신경계나 근육 조직에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청인에 비해 말속도와 조음 속도가 느린 원인은 호흡을 조절하는 능력의 부족으로 쉼을 자주 나타나고 무엇보다 청각적 피드백과 발화 산출의 부족으로 후두 구조의 발달이 미숙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또한 청각장애학생들이 일상적인 대화 능력이 좋은 편일지라도 발화 조건과 환경에 따라 명료도와 말의 자연스러움에서 청인 집단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고 보고된 연구도 있다.
지난 시간부터 이번 시간까지 2시간에 걸쳐 청각장애 학생들의 말소리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농학생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들은 각 개인마다 다양한 말소리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할 때 이러한 말소리 특성을 정확하게 기재하여, 조금씩이라도 학생들이 정확한 발음을 배워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들이 통합교육 환경, 특히 완전통합 배치환경에 배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청인 학생들간의 의사소통의 원만하지 못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트러블이 없는지 각별하게 유의하며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의 문제로 정서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정서적 지지뿐만 아니라 어려워하지 않고 천천히라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청각장애 학생과 같이 감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경우 통합교육이 다른 장애유형보다 비교적 쉽다는 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청각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은 다른 장애유형보다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인차가 있지만 상황에 따른 의사소통의 정도에 대한 편차도 있을 뿐만 아니라 청각의 어려움으로 정보 습득에도 어려움이 많으므로,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청인 학생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의사소통의 방법과 학습 방법으로 배우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해결이 되어야 비로소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도 원만한 통합교육의 길이 열릴 것이다. 농교육의 주체는 특수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우리 농학생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속도로 배우고 생활해 가는 우리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들을 아낌없이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김건휘 기자 loveseoulmirae09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