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 ‘18년 6개월 남았다’에 대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한다. 그 반응은 크게 나누어 두 종류인데 하나는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신의 영역인데 당신이 함부로 날짜를 정해서 죽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며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교만한 행위다’라고 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당히 합리적인 생각이며 누구나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착상이다. 90세까지 부디 살기 바란다. 그리고 장례식에 나를 꼭 초청해달라’라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분들에게 좀 더 자세한 내막을 공개하고자 한다.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3~4년간 시력은 거의 잃으셨고 따라서 즐겨하시던 걷기운동을 중단하시면서 양로원에서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계셨다. 그러다가 나는 작년 그러니까 2019년 2월 말에 나의 아버지를 담당하는 주치의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 내용은 우리 아버지가 96년 4개월을 사셨는데 이제는 음식을 넘기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음식물이 식도를 따라 위로 들어가야 하는데 숨관을 따라 들어가니 숨관이 막혀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으니 최대 3~4일 정도밖에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1남 3녀로서 누님이 한국에 계시고 내가 둘째이고 셋째가 코넥티컷에 살고 막내는 그 당시 브라질에 살고 있었다. 평소 인위적인 생명 연장을 반대하던 아버지였기에 나를 포함한 3형제는 인위적으로 위에 튜브를 꽂아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에 음식물 섭취 없이 편히 임종하시도록 하는 의견에 찬성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브라질에 있던 막내동생은 강하게 반대하며 위에 호스를 꽂아 음식물을 공급하자고 주장하는 바람에 의사에게 호스를 연결해서 생명을 연장하도록 하였다.
저희 아버지는 그로부터 약 한 달을 더 사시고 2019년 3월 31일 새벽에 임종했다. 그런데 그 한 달 동안 저희 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 4형제들은 지옥과 같은 경험을 하였다. 위에 호스를 꽂아 음식물을 공급하는 경우는 위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상체를 약 15% 정도 세워야 하는데 아버지는 이것을 너무 고통스러워하셨다.
“눕고 싶다. 눕게 해달라”고 우리에게 호소하시는데 우리에게는 그것이 “죽고 싶다. 죽게 해달라”로 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형제들이 다시 상의한 결과 고통 속에 생명이 연장되는 것보다 고통 없이 죽는 것이 낫다고 결론짓고 의사에게 아버지의 소원대로 180도로 뉘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의사는 우리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왜냐하면 180도로 누울 경우 부작용으로 잘못돼서 사망할 경우 의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란다. 아버지의 고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우리는 의사에게 차라리 호스를 빼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의사는 그마저도 거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호스를 애당초에 꽂지 않고 돌아가셨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나 일단 호스를 꽂은 후에는 마음대로 호스를 뗄수 없다. 호스를 빼서 돌아가시면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아버지가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스위스로 모시고 가서 안락사라도 해드리고 싶었지만 비행기도 탈 수 없는 형편이었다. 우리 4형제는 우리 아버지가 더이상 고통당하지 않고 임종할 수 있도록 신에게 기도하였다.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자유가 그토록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에 대해 말씀드리면 어머니도 90세까지는 건강을 유지하시고 비교적 건강하게 사셨으나 91세부터 돌아가시기 약 3년간은 치매로 고통을 겪으셨다. 치매환자는 본인 자신이 겪는 고통을 본인 스스로가 잘 모를 수 있으나 간병하는 가족과 의사 간호사들에게는 상당한 어려움과 고통이 따른다. 저의 어머니도 평소에 산소호흡기 등 생명을 연장하는 조치에 반대했으나 어느새 치매 단계에 들어서면서 본인이 결정하는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따라서 품위 있는 임종을 맞이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나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안락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최영태]
서울대학교 문리대 중퇴
미국 이민 후 맨해튼에서 택시 운전
뉴욕에서 세무사 사무소 경영
저서 : 내가 만난 하나님
유튜브 채널 ‘일공 최영대’ 운영
유튜브 채널 ‘코메리칸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