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장 미운 사람에게 따뜻한 포옹을

이봉수 논설주간

 

우리는 지금 가장 어렵고 힘든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역병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온기를 나누는 것도 불가능해졌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정치는 실종되었고 진영 논리에 의한 사생결단식 싸움만 난무하는 현실 앞에 국민들은 진절머리가 났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 속에 청년실업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 알바 자리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빚으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더 이상 견딜 여력이 없어 보인다. 국가재정은 고갈 상태이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과 가계 빚은 시한폭탄이 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비상 시국에 사람들은 모든 잘못을 남탓으로 돌리면서 툭하면 싸움질만 할 태세다. 동서와 남북이 반목하고 좌우가 대립하고 남녀는 경멸하며 노소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화합과 용서와 관용은 보이지 않는다. 아기 예수가 탄생하여 인류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 날이 왔건만 우리들 주변은 미움과 증오로 가득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리민족은 항상 위기에 강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큰 위기가 닥치면 대동단결하는 것이 우리의 특징이다. 임진왜란 때 목숨을 걸고 싸워서 나라를 구한 사람들은 이름 없는 의병들이었다. IMF 금융 위기 때는 금모으기를 한다고 결혼 반지와 아기 돌반지 까지 들고 나온 사람들이 모두 평범한 우리들 이웃이었다. 


가장 어려운 겨울을 나야 하는 지금 우리는 잠시라도 증오의 굿판을 멈추고 용서와 사랑의 포옹을 해야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격려하면 상생의 길이 열린다. 우리 모두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가장 미운 사람부터 한번 포옹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이 세상에서 가장 저력 있는 나라다. 

이봉수 논설주간



이봉수 기자
작성 2020.12.26 11:37 수정 2020.12.2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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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