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은비령의 필례식당

산채 정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

사진=코스미안뉴스


설악산 한계령과 점봉산 사이에 필례약수가 있다. 한계령에서 양양쪽으로 약 200미터쯤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현리 방향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현리쪽으로 내리막길을 따라 약 10분만 달리면 필례약수가 나온다. 인제나 현리에서 내린천변으로 차를 달려 필례약수로 갈 수도 있다.

필례약수는 1930년경 발견된 약한 탄산수로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조금 비릿한 맛이 난다. 피부병과 위장병,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례라는 이름은 주변 지형이 베짜는 여자인 필녀(匹女)를 닮아 생긴 것이라고 전해 온다. 필례약수 바로 위 약 300미터 지점에는 수질이 좋은 게르마늄 온천이 있고  주변에는 가리산(1,519m)이 있다. 

필례약수에서 은비령으로 가는 '인제 천리길' 은비령 구간은 인적도 드물고, 때묻지 않은 원시림을 볼 수 있어 좋다. 은비령은 예전에 인제 사람들이 산골에서 나는 옥수수, 감자 등을 이고 지고 양양으로 가서 해산물과 바꾸어 넘어오던 고개다. 한계령과 점봉산 사이에 있는 은비령은 작가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에서 생겨난 가상의 지명이다.  

필례약수에서 위장병에 좋다는 약수를 한 잔 하고 나서 바로 옆에 있는 필례식당에 들르면 제대로 된 산채정식을 맛볼 수 있다. 온 나라가 꾸역꾸역 먹기만 하는 먹방(먹는 방송)으로 얼룩져, 맛집 소개도 이제 식상하기 쉬운데 이 집은 그나마 격이 조금 다르다. 

설악의 진품인 고사리, 취나물, 곤드레 등을 숙성시킨 묵나물에, 석이버섯과 향이 짙은 더덕을 넣은 비빔밥은 웰빙식이면서 미식가들을 사로잡는 강원도 산골 밥상이다. 참나무 불에 훈제로 구워 낸 돼지고기는 느끼하지 않고 독특한 향이 베어 있다. 큰 화목 난로가 훈훈하게 타고 있는 필례식당에서 '은비령'이라는 시를 음미하면서 동동주 한 잔 걸치는 시간은 느긋한 행복이다.


정명 기자
작성 2021.02.22 10:48 수정 2021.02.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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