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가거라 초립동

이화자의 <가거라 초립동>

1941년 조명암 작사 김영파 작곡 이화자 노래
 
이름을 바꾸어서 운명(運命)을 돌려보려는 시도는 사람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다. 이 노래도 원래 이름은 ‘가거라 초립동’이었는데, ‘초립동’으로 개명(改名)하여 100년 장수(長壽) 국민애창곡으로 거듭났다. 이와 같은 사연을 지닌 노래도 많다. 나훈아의 ‘고향역’은 ‘차창에 어린 모습’이었고, 남진의 ‘가슴아프게’는 ‘낙도가는 연락선’, 태진아의 ‘옥경이’는 ‘고향여자’가 원래 제목이었으니까.
 
1941년 조명암 작사 김영파 작곡으로 오케레코드에서 출반한 이 노래는 당시 21세이던 이화자의 목청을 타고 조선반도를 울린다. 노래는 5월경에 발표되었는데, 그 시절은 제2차 세계대전(1939.9.1.~1945.9.2.)의 화약내음이 지구촌을 휘감고 있을 때다. 당시 연합국(聯合國)은 소련‧미국‧영국‧프랑스 등이고, 추축국(樞軸國)은 독일‧일본‧이탈리아‧헝가리 등. 이 전쟁으로 인류는 2천5백만 명의 전사자를 내고 3천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문제는 이 노래가 탄생한 시대에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하고 있던 일본이 우리민족을 전쟁광풍 속으로 휘몰아 넣은 것. 그래서 초립동을 짝사랑한 여인의 정한을 품은 이 노래가 민초들의 가슴속을 더 후벼 팠던 것이다.
 
어리광도 피였소 울기도 하였소
홍갑사 댕기를 사달라고 졸라도 보았소
아리살짝쿵-응- 스리스리-응
문경새재 넘어간다 초립동이 아저씨 떠나간다
간다간다 초립동이 간다간다 초립동이 아저씨 떠나간다
 
가지 말라 잡았소 발광도 부렸소
고무신 한 켤레 사달라고 응석도 부렸소
아리살짝쿵-흥- 스리스리-흥 문경새재 넘어간다
초립동이 아저씨 떠나간다 간다간다 초립동이 간다간다
초립동이 아저씨 떠나간다
 
노자 돈도 뺏었소 봇짐도 뺏었소
영(嶺)넘어 오백리 가는 사람 신발도 뺏었소
아리살짝쿵-흥- 스리스리-흥 문경새재 넘어간다
초립동이 나를 두고 못 떠난다
못가못가 초립동이 못가못가 초립동이 날두고 못떠나요(1~3절)


▶ https://youtu.be/EGSrZxfixco
 
노래의 배경지는 문경새재. ‘가거라 초립동’을 부르고 난 뒤 이화자는 ‘신(神)과 같은 여자’라는 인기를 누렸다. 이유는 은쟁반에 굴러가는 듯 또랑거리는 목소리의 간드러짐, 그 소리는 환상(幻像)의 경지를 넘어 환장(換腸)의 상태로 흥취(興趣)할만하다. 노랫말 3절의 령(嶺)은 대한민국명승 제32호, 백두대간의 조령산 능마루 재. 산은 괴산군과 문경시를 나뉘는 1,017m 고지이고, 재는 642미터 높이다. 조령(鳥嶺)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라는 의미다. 옛날에는 초점(草岾)으로도 불렸다. 새재의 새는 조(鳥), 이 고개를 넘어야만 한양 과거시험장으로 갈 수가 있었고, 귀향(歸鄕)할 때는 급제한 선비의-어사화(御賜花)를 모자에 드리운-금의환향(錦衣還鄕)길이었다.
 
초립동(草笠童)은 풀 삿갓을 쓴 미혼의 청년이다. 삿갓은 풀대로 엮은 모자. 비가 오면 우산이고 햇볕이 나면 볕 가리개 역할을 한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1822년경부터 하늘을 가리고 유랑하다가 1863년 전라도 화순 땅 동복에서 객사할 때까지, 하늘을 부끄러워하며 벗지 않았던 속죄(조부 김익순을 모독한 논술로, 영월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죄)의 갓이기도 하다.
 
노래속의 초립동은 한양으로 가는 길손, 이 청년을 짝사랑한 여인은 조령 아래 주막집 낭자다. 이들은 은근슬쩍 사랑 눈이 맞았었나보다. 헤어지기를 못내 아쉬워하는 장면이 묘사된 가사가 이 노래의 백미(白眉)다. 응석도 부리고 괘나리 봇짐과 노자 돈을 숨기는 발광(發狂)도 해보지만 소용이 없고, 초립동자(草笠童子)는 끝내 문경새재를 넘어 간다. 이 장면은 그 당시 일본제국주의의 조선인육군징집령(1938~)에 의하여 태평양전쟁(일본은 대동아전쟁이라고 함)에 강제로 징집되어서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떠나가는 우리들의 형님들을 연상하게 한다. 그 시절도 이러한 민족감흥의 꿈틀거렸을 것임이 분명하리라.
 
이화자(李花子)는 1915년 부평출생의 운명 기구한 화류여성. 본 이름은 이원재, 1950년에 35세로 요절한 가인(歌人). 사실 출생지와 이름과 화류이력도 설이 분분하다. 1936년 ‘섬시악씨’로 데뷔하여 ‘꼴망태 목동‧목단강 편지‧어머님 전 상백‧화류춘몽’등 히트곡을 남겼다. 그녀의 요절원인은 마약복용, ‘초립동’노래를 들으면 그녀가 아장거리며 다가오는 환영(幻影)이 보일 듯하다.
 
작사가 조명암은 1913년 아산에서 출생하여 철원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며, 1993년 평양에서 사망한다. 그는 해방정국기(1946~1950)에 월북하였으며, 월북이전에는 이가실‧김다인‧금운탄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였고, 본명은 조영출이다. 운탄(雲灘)은 그가 금강산에 출가하여 있을 때 받은 법명이며, 1930년 한용운 추천으로 보성고등보통학교(불교계)를 다녔다.
 

작곡가 김영파는 가수 김정구의 친형 김용환의 예명이다. 그도 역시 가수였다. 김탄포‧조자룡이라는 예명도 사용하였으며, 1909년 원산에서 출생하여 1949년 이승을 등졌다. 그의 데뷔곡은 ‘두만강 뱃사공’, 대표곡은 ‘구십리 고개‧노다지 타령‧모던 관상쟁이‧낙화유수 호텔‧이꼴 저꼴‧장모님전 항의‧가거라 초립동‧내 칼에 내가 찔렸소’등이다. 


유차영 선임기자 (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0.21 13:47 수정 2018.10.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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