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봄 햇살 따라 오른 여주 파사성

여계봉 선임기자

 

봄바람에 힘을 얻고 일렁이는 남한강은 아침 햇살에 푸른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그 강을 따라 여주 파사성으로 휑하니 달려간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어느새 봄이 왔다. 언택트 시대지만 햇살이 따스한 날, 남한강의 힐링 로드를 따라 봄을 만나러 간다. 차창을 여니 강바람이 볼을 건드리고 물오리의 퍼덕거리는 날갯짓 소리까지 들린다.

 

경기도 여주를 휘감아 도는 여강(驪江)은 본래 남한강 물줄기의 일부분이다. 40이 물줄기는 조선말까지 오늘날 고속도로와 다름없는 주요 교통로였다. 경기, 충청과 한양 간을 오가는 돛단배가 온갖 물산을 실어 날랐다. 주요 수운 교통요지 마다 생겨난 창고와 객주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일 새가 없었다.

 

파사성에 오르면 유장한 남한강과 함께 이포보와 이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사성은 여강(驪江) 이포보 옆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에 있다. 수상 교통이 사라진 요즘 파사성에 가려면 광주-원주 고속도로 흥천이포 IC나 중부내륙 북여주 IC를 빠져나와야 한다. 이포보가 자리한 이포대교를 건너 좌회전해서 37번 국도를 따라 5.6km 가량 달리다 보면 도로변 오른쪽에 이정표가 보인다. 최근에 파사성 주차장과 인도교가 준공되어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파사성에 오른 후 이포보와 여강 쪽으로도 건너갈 수 있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도 900m밖에 되지 않는다. 경사도도 누구나 쉽게 오를 만큼 그리 가파르지 않아 가벼운 등산 코스로 여겨도 좋은 곳이다.

 

파사성은 삼국시대 신라 5대 파사왕(婆娑王) 2년에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정상(해발 230m)을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1,800m가량 이어진 신라 시대 석축산성으로 신라의 한강유역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였으며, 지금의 성곽은 조선시대 때 서애 유성룡의 제안으로 승병들이 중수한 것이다.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 30여분 올라가면 파사성의 남문이 나온다. 문터는 동쪽과 남쪽에 두 군데가 있는데 이 중 남문터는 또한 남문터에는 위에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팔각형의 주춧돌이 있는데 조선시대에 세운 것으로 짐작된다. 남문터 안쪽에는 넓은 평지가 있어 파사성을 한 바퀴 둘러보기에 앞서 쉬어 가기 좋다. 성 내부에는 수구지를 비롯해 우물터와 각종 건물터가 남아있다.

 

파사성의 남문. 파사성의 주 출입문이다.
남문 옆의 포루. 성벽 밖으로 돌출시켜 축조했다.

 

파사성은 현재 무너진 성곽이 정비가 다 돼 거의 옛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일부 구간은 아직 옛 성돌 그대로 박힌 구간도 있다. 이 때문에 초창기 옛 모습 그대로인 구간이 있는가 하면 잘 정비된 구간이 겹쳐져 좋은 대비를 보여준다. 성벽 윗부분도 잘 정비돼 있다. 굵은 돌마다 평평한 면을 위로 오도록 깔아 포장한 도로나 다름없어 걷기에 매우 편하다. 주변 사방으로 탁 트인 전경 감상은 그저 덤으로 주어진다. 주변에 낮은 산봉우리가 없기 때문에 강과 마을, 야산과 논밭이 온전히 시야에 들어온다.

 

파사성의 명물 ‘연인 소나무’.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푸른 하늘 아래 산하를 둘러보며 파사성 가는 길은 힐링 로드다.


정상에 올라서자 산 아래 펼쳐지는 광경은 더없이 시원함을 안겨준다. 강은 발 아래로 흐르고 강을 디디고 솟아오른 용문산과 추읍산이 멀리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방이 막힘없이 트여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과 이포보, 당남리 섬이 눈 아래 펼쳐진다. 도로변에는 내닫는 자동차들이 마치 장난감이 움직이는 듯하다. 남문에서 이곳 정상에 이르는 성벽 길에서 만나는 전망이 파사성에서 백미다.


파사성 정상(해발 230m). 오르고 나면 탁 트인 전망이 큰 행복감을 준다.

파사성에서 북쪽 약 2부근에는 현재 그 터만 남은 이포(梨浦)나루가 있다. 이 일대가 남한강 수운교통로에서 중요한 지역이었다는 증거다. 육상교통로 또한 과거에는 충주에서 여주-양평-서울로 이어지는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형성돼 있었다. 파사성은 바로 남한강과 육상교통로가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강 언덕 돌출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저 멀리 양평과 여주 일대나 남한강 상, 하류가 훤히 한 눈에 조망된다. 적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최적의 입지 조건인 것이다. 그만큼 파사성은 지정학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을 따라 시선을 북으로 돌리면 이포나루가 보인다.


특히 고려 말 이색 선생과 조선 중기 유성룡 선생이 이곳 파사성 위에서 경치를 바라보다 아름다움에 취해 시를 남길 정도였으니 전망만큼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정상에 서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데 산중에서 청아한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발길은 저절로 소리 나는 곳으로 향하니 불과 10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고 그 앞에서 스님 한 분이 불공을 올리고 있다. 커다란 바위벽에 새겨진 고려시대 마애여래불은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아래 강 자락 속계를 내려다보고 계신다.

 

정상에서 시계 방향으로 내려가면 보수 중인 성곽들이 나온다. 아직 복원되지 않고 무너진 곳이 많지만 옛 성곽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 잠시 수 천 년 전의 세월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편안한 임도는 남문까지 이어지고 남문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간 후 다리를 건너면 남한강 강가로 넘어갈 수 있다.

 

이포보. 파사성 주차장에서 인도교를 건너면 갈 수 있다.


이제 얼마 후면 남한강 강가의 버드나무는 물이 올라 연초록빛 새순을 꽃망울처럼 머금고, 강변은 봄기운 물씬 풍기며 낭만에 젖어갈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봄이 오는 줄도 몰랐다면 파사성에 올라 봄내음 듬뿍 맡으세요.

입맛마저도 잃어버렸다면 근처 천서리막국수집에 들르세요.

묵직한 놋그릇에 육수를 자박하게 붓고 바로 삶은 메밀면을 돌돌 말아놓은 매콤한 비빔막국수한 그릇 하면서 봄을 맞으세요.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여계봉 기자
작성 2021.03.03 11:31 수정 2021.03.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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