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정명 [기자에게 문의하기] /
소백산 깊은 산골에도 봄이 오고 있다. 골짜기마다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르고 뭇 생명들은 이제 기지개를 켜며 살아 있음의 환희를 노래하는 계절이다. 땅속에서는 살짝살짝 뽀족뽀족 새싹들이 땅을 뚫고 나오고 성질 급한 쑥과 민들레는 벌써 나와 몸을 풀고 있다. 겨우내 그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은 산골 고양이들이 봄햇살에 몸을 굽고 있다. 나긋나긋한 봄햇살은 산골 고양이들의 생명의 빛이다. 제 몸보다 큰 배를 내밀고 있는 고양이는 지금 임신중이다. 이 좋은 봄날에 곧 해산을 할 것이다. 이장희 시인이 노래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가 임신한 산골 고양이에게 주는 사랑의 선물이 아닐까.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