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발 미세먼지, 국가재난이다

이봉수 논설주간

 

오늘로 벌써 일주일째 온 나라가 중국발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여 있다. 정부가 비상저감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는 마스크를 끼고 다니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고작이니 속수무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이다. 특히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칫 사망할 수도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데, 세계에서 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이 우리의 이웃인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계절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60% 이상이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원인을 유발한 자는 중국인데 피해는 우리가 당하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1952년 12월 4일부터 10일까지 런던에서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석탄을 주된 연료로 사용하던 영국에서 대기 정체가 일어나 발생한 이른바 '런던 스모그' 사건으로 총 1만 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중국 북경 주변의 대기오염 상황이 1952년의 런던 스모그와 비슷해 보인다. 봄철까지 석탄으로 난방을 하고 공장이 밀집해 있는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초미세먼지가 대량으로 발생하여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고 있다.

오염원을 찾는 데 있어 실시간 미세먼지 지도보다 더 설득력 있는 자료는 없다. Earth Null School이 제공하는 실시간 미세먼지 지도를 보면, 지난 1주일 동안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가 매우 나쁜 수준으로 나타난 곳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점차 확산되어 주변국인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실시간 지도에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자체 개발한 분석 도구를 통하여 세계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초미세 먼지는 입자의 지름이 2.5μm 이하인 것을 말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부터 3월 15일 현재까지 초미세먼지로 인한 서울의 추정 사망자가 2,100명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추정치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사망한 수치보다 훨씬 많다. 수도 서울만 2,100 명이니 전국의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의하면 미세먼지로 인하여 국내에서 한해 1만 2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미세먼지는 이제 국가재난 수준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을 살펴보면,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있다는 것을 정부 당국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들이대고 중국에게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필요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봉수 기자
작성 2021.03.16 12:50 수정 2021.03.1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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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