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그리고 한반도 운명과 직결된 세계 주요국들이 화해와 평화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한데 유독 대한민국 정치는 온갖 송사에 휘말릴 상황이다.
한국당이 청와대의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을 두고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온갖 법적대응을 진행 중이다. '국가 간 조약이냐 아니냐'는 논쟁으로, 본질은 간데없이 논란만 키우려는 속셈이다.
한국당이 헌법상 국회가 갖고 있는 조약체결 비준권을 들어 위헌을 말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배신이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정립된 것은 한국당의 전신인 노태우정권 시절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정의를 그대로 수용해 남북간 합의의 비준과 동의 절차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은 2006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동의해서 처리한 법이다. 이번 비준 또한 이 법을 따른 것이다. 조약에 대한 한국당의 비준 동의권 운운은 자신의 뿌리마저 부정하는 모순일 뿐이다.
게다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비준순서를 트집 잡는 것은 한국당이 할 소리는 아니다. 정부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를 국회에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한국당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역대 보수세력들도 민족공동체의 운명에는 발 벗고 나서왔다. 그런데 유독 한국당은 오로지 자당의 위기극복과 존재감에 매달려,보수의 가치조차 내팽개치고 시대의 낙오자가 되려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당치 않은 송사는 중단하고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비준에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