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가야 할 공화주의적 보수

왜곡된 한국 보수

 


보수주의는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며 이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개혁을 추구하는 사상이다. 과거에만 집착해서 개혁을 등한시하는 수구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존중 없이 이상만을 추구하는 혁명과 달리, 보수주의는 개혁을 추구한다.


이러한 보수주의의 개념은 비롤리 '공화주의'에서의 공화주의와 유사하다. 하나의 사회공동체의 틀에서 시민적 덕성을 지닌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이 바로 공화주의이다.

 

공화주의는 크게 고전적 형태의 공화주의와 시민적 형태의 공화주의로 나눌 수 있다. 고전적 형태의 공화주의가 단순히 왕정을 견제하는 귀족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시민적 형태의 공화주의는 대의제를 강조하며 공공선을 지킨 엘리트들이 국가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적 형태의 공화주의가 고전적 형태의 공화주의보다 한발 더 발전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보수주의가 추구해야 할 공화주의의 방향은 시민적 형태의 공화주의다.

 

시민적 형태의 공화주의는 법에 대해서 개개인의 자유를 확대시키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본다. 공화주의 사회에서는 다수 대중의 통치보다는 정의를 기반으로 공공선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좋은 통치자와 엘리트들이 통치하는 것을 추구한다. 또한 사회 정치적으로 공공선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각 문화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주창한다. 공화주의에서는 법을 기반으로 한 자유와 책임을 주된 원칙으로 삼는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전통적 보수주의와 공화주의는 각각 국가시스템에서 전통과 역사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것과 개개인의 덕성을 존중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공공선을 위한 지도부와 덕성을 지닌 시민이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전체 사회공동체의 화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연결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보수주의는 이러한 기반 없이 단지 반공만을 외쳐왔다가 김대중정부 이후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뉴라이트운동이 보수주의의 주축이 되었다. 보수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이들은 보수주의의 기반을 자유주의라고 주장했다.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표방하며 분배와 평등을 주장하는 세력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와 시장경제를 뒤흔드는 좌파라고 매도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적자생존이 발생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생겨도 이들은 노력의 부족이라며 폄하했다.

 

이와 달리 보수주의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개개인이 모인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복지 및 공공선을 강조한다.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자유는 각각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의미하는데, 한국에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혼재된 상황에서 뉴라이트가 보수주의의 자리를 차지했다.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자유는 개개인만을 생각하는 자유주의의 자유일 뿐 공동체와 전통을 지키는 보수주의의 자유라 볼 수 없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혐오사회이다. 파괴된 역사와 전통과 미래에 대한 암울함이 혐오사회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시대적 요구는 양극화되고 파편화된 적자생존의 사회문화를 해결하며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는 이러한 요구를 이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모두 이러한 요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진영은 기존 질서조차 부정하는 급진적인 평등을 추구하고 반대로 보수진영은 시장의 강화가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두 진영 모두 공동체의 화합을 크게 훼손시키며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서로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비난만 해오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보수의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는 다양한 단체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유주의와 반공주의에 매몰된 느낌이 강해보였다. 이러한 단체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보수가 외면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하는 공공선이 필요하다. 전통적 보수주의와 시민적 공화주의는 이러한 문제해결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양동규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0.29 10:27 수정 2018.11.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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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