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

김관식


시인의 의자·1

-시인의 이사

 

 

 

어느 시인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의자가 있었습니다.

앉으면 삐꺽거리는 의자

정말 시인이 되고픈 사람이

가져다 앉았습니다.

 

의자는 앉은 사람을 옛 주인으로 알고

의자에 앉은 사람들을 시인처럼 받아주었고

시인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늘 비어있었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늘 삐꺽거리고 있었습니다.

 

앉으면 시인이 되는

늘 비어있는 의자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앉으려고 했습니다.

 

옛 시인이 오랜만에 자신이 살던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버리고 간 의자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의자는 값비싼 의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늘 비어있었습니다.

 

그 의자는 시인을 만드는 의자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 의자에 한 번만 앉으면 시가 스스로 찾아오고

재물이 들어오는 신비한 의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의자에 주인이 앉더니 시를 쓰는 척

게 폼을 잡고는 길거리로 나가서

나는 시인이라고 외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의자에 앉은 사람마다 시인이라고

시집을 만들고 자신처럼 시인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곁으로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모두 시인이 되어있었습니다.

한 번씩 자신이 버린 의자에 앉고 시인이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인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자신이 버린 의자

앉으면 시인 노릇을 하는 의자

한번 앉고 시인 노릇을 하는 빈 의자

삐꺽 삐꺽

앉으면 시끄러운 의자

그 자리에 앉으려다가 앉지 못해

미쳐버린 사람들은 코로나도 두렵지 않은지 떼 지어서

온 동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를 낭송하고 있었습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4.05 13:19 수정 2021.04.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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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