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의자·1
-시인의 이사
어느 시인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의자가 있었습니다.
앉으면 삐꺽거리는 의자
정말 시인이 되고픈 사람이
가져다 앉았습니다.
의자는 앉은 사람을 옛 주인으로 알고
의자에 앉은 사람들을 시인처럼 받아주었고
시인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늘 비어있었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늘 삐꺽거리고 있었습니다.
앉으면 시인이 되는
늘 비어있는 의자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앉으려고 했습니다.
옛 시인이 오랜만에 자신이 살던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버리고 간 의자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의자는 값비싼 의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늘 비어있었습니다.
그 의자는 시인을 만드는 의자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 의자에 한 번만 앉으면 시가 스스로 찾아오고
재물이 들어오는 신비한 의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의자에 주인이 앉더니 시를 쓰는 척
게 폼을 잡고는 길거리로 나가서
나는 시인이라고 외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의자에 앉은 사람마다 시인이라고
시집을 만들고 자신처럼 시인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곁으로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모두 시인이 되어있었습니다.
한 번씩 자신이 버린 의자에 앉고 시인이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인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자신이 버린 의자
앉으면 시인 노릇을 하는 의자
한번 앉고 시인 노릇을 하는 빈 의자
삐꺽 삐꺽
앉으면 시끄러운 의자
그 자리에 앉으려다가 앉지 못해
미쳐버린 사람들은 코로나도 두렵지 않은지 떼 지어서
온 동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를 낭송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