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따라 삼천리] 막걸리와 소금안주

니들이 소금 맛을 알아?

사진=코스미안뉴스
사진=코스미안뉴스


깊고 깊은 소백산 자락 밑에 있는 산골에 가면 상호도 없는 낡고 허름한 가게 하나 있다. 삐거덕거리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백발의 할아버지가 부스스 일어나 나그네를 맞이해 준다. 구멍가게이면서 주막인 이 집은 산골 마을의 유일한 문화공간이다. “할아버지 막걸리 한 병 주세요라고 말하면 막걸리와 소금안주가 든 쟁반을 연탄난로 위에 올려놔 준다. 안주가 소금이라니, 놀랍고 재밌는 광경이다.

 

소금이 안주가 되던 시절의 향수를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막걸리를 마신다. 산골의 애잔한 이야기가 꽃을 피우면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고 소금 몇 알을 입안에 넣으면 마술처럼 소금이 달짝지근하다. 짠 것은 소름이라는 등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쿰쿰한 냄새가 돌아다니는 가게 안에는 할아버지의 옛이야기가 향기처럼 스멀거리고 막걸리에 취한 나그네는 연신 소금안주를 집어 먹는다.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의 소금안주가 아직도 남아 있는 산골에서 먹거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절, 소금도 안주가 된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맛난 음식을 너무 먹어도 병이 된다는 사실에 비하면 애잔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막걸리잔을 비우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오십 년도 더 넘은 낡은 주판을 두드리는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에 나그네는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맛중의 최고의 맛은 소금이라는 것을 소백산 아래 산골 가게에서 알 수 있다.


천보현 기자
작성 2021.04.14 11:23 수정 2021.04.14 11:43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천보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6월 18일
2025년 6월 17일
2025년 6월 17일
2025년 6월 17일
피아니스트 양명진, 2025 독주회 개최#양명진 #피아니스트양명진 #피아..
이란에 말바꾼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2025년 6월 16일
2025년 6월 16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ESN쇼츠뉴스]‘2025 인천국제민속영화제(IIFF 2025), 이장호..
[ESN쇼츠뉴스] 킹오브킹스 K애니로 만나는 예수 K 애니로 탄생 킹오브..
[ESN쇼츠뉴스]봉사 / 환경 / 고양재향경우회, 국민과 자연 잇는 자원..
[ESN쇼츠뉴스]김명수 응원 인천 민속영화전통과 영화가 만나는 자리 인..
천재 로봇공학자의 ADHD 고백 #제이미백 #스위스로잔연방공과대학 #로보..
세상에서 학력보다 중요한 것은?#닌볼트
생존 문제가 된 은퇴, 평생 먹고 살 대책안은? #은퇴자금 #은퇴전문가 ..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