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종묘공원은 노인들의 해방구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몰려드는 노인들로 하루 종일 북적댄다.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니 더욱 붐비고 있다. 집에 있어봐야 며느리나 할머니에게 대접 받지 못하는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공짜 지하철 타고 나와서 온종일 소일 하다가 해가 저물면 집으로 돌아간다.
점심 식사는 주변의 싸구려 식당에서 3,000원 전후의 국수 등을 사먹거나, 주변의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한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고급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뭄에 콩나기처럼 드물다. 이발은 4천원이면 주변 이발소에서 할 수 있고, 막걸리 한 잔에 500원에 파는 잔술집도 있다.
이들 노인들이 소일하는 방법은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선거 유세라도 하듯이 정치 이야기로 목에 핏대를 세우면, 청중들이 둘러 앉아 박수를 치기도 한다. 박카스 아줌마들과 커피 한 잔을 타서 파는 아주머니들이 간간이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일상이 이곳 종묘공원 일대에 압축되어 있다. 일을 하려고 해도 할일이 없는 사람들, 평생 뼈빠지게 일하고 나서, 가정이나 사회에서 용도 폐기된 노인들의 슬픈 하루가 이곳 종묘공원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아날로그 세대라 컴퓨터 게임도 할 줄 모른다. 장기와 바둑이 유일한 오락이고, 온 종일 훈수만 두는 구경꾼들도 많다.
시골로 가면 빈집이 많고 경작할 묵은 땅도 많은데 도시 노인들은 도시를 떠나면 죽는 줄 안다. 고독이 가난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므로 종묘공원을 떠나지 못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평소에 준비하고 노력하여 행복한 노후를 맞아야 하겠지만, 정부 당국도 이들 노인들에게 뭔가 일거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르뽀] 노인들의 해방구 서울 종묘공원
장기와 바둑으로 소일하는 어르신들
등록기자: 서문강 [기자에게 문의하기] /
작성
2021.04.15 10:41
수정
2021.04.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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