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따라 삼천리] 꽃전에 막걸리

봄날의 참살이

사진=코스미안뉴스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잘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생존을 위해 먹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위해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는다는 것은 경제를 이루는 축이 되었고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 기행을 하고 어디어디가 맛집이더라는 글들이 사회관계망에 우후죽순 넘쳐난다. 가히 먹방천국이다.

 

봄이 되면 산이나 들에 가서 쑥과 나물을 캐와 꽃잎 몇 장 얹고 부침개를 부쳐 막걸리 한 잔 마시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막걸리 위에 동동 떠 있는 꽃잎을 바라보며 봄 노래라도 부르면 봄날은 천천히 가고 꽃들은 손을 흔들며 미소를 던져 줄 것이다. 사는 게 별거 있던가.

 

먹는 것에 대한 절제가 필요한 시대다. 식욕이라는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필요한 시대다. 소소한 음식 하나에도 자연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참살이다. 스님들은 오후불식을 한다던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오후 불식은 아니더라도 온갖 기름진 음식을 꾸역꾸역 뱃속으로 밀어 넣으며 만족해하는 것보다 꽃전에 막걸리 한잔에도 마음의 여유를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저녁엔 마음 맞는 친구를 불러 꽃전에 막걸리 한잔하면서 인생이야기, 삶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인생이라는 열차를 봄 역에 잠시 세워놓고 소소하고 진솔한 우정을 나누면서 분분히 낙화하는 꽃잎들을 바라봐도 좋을 것이다.    

천보현 기자
작성 2021.04.27 09:50 수정 2021.04.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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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