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이순신이 지킨 바다

20여년 간 이순신 전적지 300회 이상 답사

서울 이순신학교 이봉수 교장, 현장 답사를 통해 이순신 해전사 복원


4월 28일 이순신 장군 탄신 기념일에 맞춰 약 20년 이상 이순신 전적지를 답사한 후 그날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한 책이 나와서 화제다. 이봉수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장이 펴낸 <이순신이 지킨 바다>는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쓴 현장 답사기이자 역사 스토리텔링 에세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봉수 교장은 자칭 현장주의자라고 말한다. 이순신 장군이 싸워서 이긴 현장에 가보지 않고는 그 어떤 말이나 평가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고지도와 현대 지도를 들고 전적지를 답사한 그는 섬에서 멧돼지를 만나 놀라기도 했고, 태풍 매미 때문에 섬에서 발이 묶이는가 하면, 해안 포구를 꼼꼼하게 탐사하다가 간첩신고를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약 20년 전 이 교장이 처음 답사를 할 때는 전적지에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곳이 태반이었다. 이런 현실을 보고 이순신 전적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사비를 들여 그동안 300회 이상 이순신 전적지를 답사했다. 부산에서부터 목포를 거쳐 서해의 고군산 선유도까지 어지간한 해안 포구와 섬은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처럼 오랜 답사여행을 하다 보니 현장에 베이스캠프가 있어야 하겠기에 경남 통영의 한산대첩지 인근에 있는 오곡도 섬에 답사 전진기지를 만들었다. 낡은 토담집을 하나 사서 수리하여 답사 여행 시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 가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이 교장은 이 책에서 풀어 놓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합포해전지와 관련하여 현장 실측을 해보기 위해 2020년에 전국의 이순신 마니아들과 함께 요트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섰다. 합포해전 당시 이순신함대가 발진한 영등포(경남 거제시 장목면 구영리)에서 당시 판옥선의 속도로 항행하면서, 이순신이 선조에게 올린 승전보고서인 임진장초에 등장하는 합포(合浦), 남포(藍浦) 등과 최근 일부 연구자들이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하는 진해 학개(鶴浦) 등을 항행하면서 시간을 측정해본 결과 진해 학개는 합포 해전지가 될 수 없고, 합포해전지는 동여도 등 고지도에 등장하는 합포(合浦)인 현재의 마산만 일대임을 밝혀냈다.


2020년 6월 17일 합포해전지 현장 실측 검증에 사선 사람들


천문과 지리를 활용한 이순신 장군은 공격할 때는 포(浦)를 공격하고 지킬 때는 량(梁)을 지킨다고 분석하였다. 옥포, 합포, 적진포, 당포, 당항포, 안골포, 웅포, 부산포 등이 이순신이 공격하여 승리한 대표적인 포이며, 견내량, 착량, 초량, 고리량, 사량,노량, 명량 등은 길목을 지키는 량(梁)에 해당한다. 1594년에 있었던 제2차 당항포해전 당시 어영담의 특수임무부대가 당항포 인근의 괭이바다 일대에서 적을 일망타진할 때, 지형을 이용하여 괭이바다 해상봉쇄작전을 펼친 것도 현장 지도와 함께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현장에서 주민들과 인터뷰하여 밝혀낸 고지명도 많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이두식 표기로 거을망포(巨乙望浦)라고 쓴 곳은 현재의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신봉마을 '걸망개'이며, 명량해전 직전 거쳐갔던 해남의 도괘(刀掛)는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리 속칭 '칼쾡이'임을 밝혀냈다. 1598년 이순신 장군이 고금도에 있을 때 벌어진 '흥양고도해전'이 벌어진 곳은 전남 고흥군 남양면에 있는 우도임을 찾아냈다. 이순신 장군이 파도가 높고 바람이 거센 날이면 피항을 했던 거제현 앞의 '유자도(柚子島)'는 현재 죽도산업단지 매립으로 섬의 형태가 거의 사라진 '귤도(橘島)'임을 역시 새로 밝혔다. 난중일기에 3번 등장하는 착량(鑿梁)은 통영시에 있는 충무교 다리 아래의 '판데목'임을 확인했다. 명량해전의 전초전이었던 어란포해전지가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항 건너편의 어불도라는 섬에 있는 '누엣머리'라는 것도 현장 취재를 통하여 알아냈다.

지명의 음차를 보고 재미있는 사실들도 새로 찾아냈다. 거제도와 통영반도 사이의 좁은 협수로인 견내량(見乃梁)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데, 현지에서 할머니 한 분을 취재한 결과 그 어원이 '갯내(바다에서 흐르는 냇물)'임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원균이 패전한 칠천량을 두고 이순신 장군은 어떤 때는 칠천(漆川)이라고 하다가, 또 다른 때에는 온천(溫川)이라고 표기했다. 칠천의 훈을 따르면 '옻내'가 되는데 이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면 '온내'가 되므로 다시 한자로 온천(溫川)이라고 표기했다. 국문학자들이나 지명학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해낸 것이다.

명량해전 당시 1597년 음력 9월 16일 해전 당일의 조류를 분석한 결과 그날은 밀물과 썰물이 가장 세게 흐르는 대조기로 명량에서 적을 추격하여 벽파정자까지 내려가 상황을 종료한 시각이 오후 2-3시경으로, 이 시간대에는 물살이 가장 세게 흘러 동력선도 다시 명량 쪽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 이순신 함대는 진도 남단을 돌아 그날 밤 당사도로 갔다는 합리적 주장을 펼친다. 명량해전 당시 철쇄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전라우수영 입구에 이미 설치되어 있었던 철쇄를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이충무공전서와 해남현지, 택리지, 현무공실기 등의 사료에도 철쇄를 사용한 기록이 있음을 환기시켰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지도상에 일일이 이순신 전적지를 정확히 표기한 것이다. 옛 지명과 현재 지명을 병기하여 이순신 장군이 승전한 곳과 하룻밤 정박하고 간 장소, 탐망군을 내보낸 장소 등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이순신 전적지 답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책 말미에는 4개 권역의 이순신 전적지 답사코스와 설명자료를 붙였다. 명량권역, 노량권역, 통영 거제 권역, 부산 창원권역의 전적지 답사코스가 그것이다.

이 책 한 권을 탐독하면 임진왜란 역사는 물론이고, 이순신 장군의 일생과 그분의 내면 정신세계, 그리고 위대한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생관과 불굴의 투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 정의로운 행동, 혁신과 자립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이순신이 지킨 바다>는 작가가 20여 년 동안 발품과 땀으로 이순신 해전사를 복원해낸 역작이다.


서문강 기자
작성 2021.04.29 08:13 수정 2021.04.2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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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