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이순신 장군의 작품 읽기

‘한산도가’, ‘한산도의 밤’

스트레스 해소법을 통해 본 선비의 모습

 



2010년 한병철의 피로사회라는 책을 통해 피로사회라는 말이 처음 나온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피로사회에 가깝다. 외부의 상황에 흔들리는 자기 자신을 다잡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것이 피로사회를 유발한다. 피로사회의 근본 원인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기에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도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선비적인 모습은, 이순신 장군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임진왜란 중 이순신장군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밖으로는 조선을 위협하는 왜군으로부터 안으로는 처참한 환경 및 자신을 늘 시기하고 모함하는 원균까지, 이순신장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아무리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가치로 삼는 이순신 장군이라 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 무인들은 술이나 여자를 통해 전쟁의 스트레스를 푼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그렇지 않았다. '난중일기'에도 여성을 가깝게 두는 행위를 늘 경계하였으며, 주변 사람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도 탄식하고 처벌하는 모습도 나온다. 음주에 관한 기록도 난중일기에 나온다. 이순신장군은 병졸 또는 장수들과 같이 명분이 있을 경우에만 음주를 했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 술과 여자는 이순신 장군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술과 여자가 아니라면 이순신 장군은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을까? 이순신 장군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이순신 장군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활쏘기이다. 이순신장군은 답답한 일이 있을 때 활을 쐈다. 단순히 쏘는 행위만 하는 것이 아닌, 정신통일을 하여 과녁에 명중시키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수양으로 승화시켰다.

 

이외에도 이순신 장군은 시를 지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 및 감정을 시를 짓고 그 시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시를 통한 스트레스의 해소는 이순신장군이 가지고 있는 선비적인 모습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한산도를 주제로 다룬 시 한산도가한산도의 밤이라는 두 수의 시가 전해 온다. 

 

 

한산도가 (노산 이은상 시조역)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끓나니

 

 

閑山島夜吟(한산도야음) : 한산도의 밤

 

水國 秋光暮(수국 추광모) : 한바다에 가을 빛 저물었는데,

驚寒 雁陣高(경한 안진고) :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憂心 轉輾夜(우심 전전야) :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이루는 밤,

殘月 照弓刀(잔월 조궁도) : 새벽 달, 창에 들어 칼과 활을 비추네.

 

한산도가해동가요에 기록되어 있다. 이순신장군이 읊고 한자로 기록되어 있는 시조를 노상 이은상이 국문으로 기록한 시이다. 시에는 착잡한 상황에 대한 고독한 감정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국충정의 마음이 동시에 나타난다. 즉 시를 통해 이순신 장군은 당대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단순 감정의 표출을 넘어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한산도의 밤은 오언절구(5글자 4)의 한시로, 한시의 기승전결 구절에 따라 자연을 보고() 그 감정을 이어나가며 () 자연을 자신의 상황과 연결 지은 뒤 () 자신의 다짐을 내세우고 있다(). 한산도가와 유사한 구성으로 자신의 정서를 먼저 표출한 후 자신의 칼에 초점을 두어서 혼란스러운 자신의 상황을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극복하려 하는 이순신 장군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다.

 

국문학자 조동일은 시가 속해 있는 서정 장르를 세계의 자아화라고 정의했다. 시는 자신의 감정으로 세상을 녹여내어, 한 줄의 글에 자신의 감정을 함축하는 수단이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한산도의 밤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속의 이순신 장군의 모습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잘 나타나 있다.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 속에서 시로 자신의 의지를 승화시키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시를 통한 스트레스의 승화는 고도의 인격수양의 결과이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보다 공동체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었다면 시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차분히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주범이 된 현대인들에게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시를 통한 절제된 인격수양은 충분히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표본인 것이다.

 

 

 

양동규 기자 dkei8282@naver.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4.10 11:25 수정 2019.04.10 13:5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