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자사고 폐지 논란과 교육의 목적

자사고 폐지로 왜곡된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1979,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재지정평과결과가 인천과 서울의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전체 24개의 대상 학교 중 14개 학교에게는 발표가 난 79일이 존폐의 갈림길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천의 유일한 자사고인 포스코고등학교는 일반고화를 면했지만, 서울의 재지정대상학교 13개 중 8개가 일반고화 되면서, 24개의 재지정대상 학교 중에 11개의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되었다. 교육의 중심인 서울에서 자사고 폐지가 우세한 점으로 보아, 최종 판단을 내릴 교육부의 정책 방향을 추론할 수 있다.

 

자사고의 일반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사고가 있기 때문에 입시 위주로 편향된 교육이 만연하다고 주장하며 올바른 교육을 위해 자사고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할 수도 있고 공부를 통해서 성공하려고 공부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다. 전자는 내재적인 이유로 공부 자체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공부를 수단으로 접근을 하는 것일 뿐이다.

 

교육의 목적은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 사이의 변증법을 통해서 새로운 제3의 길로 나가는 것이다. 내재적 목적만 강조하면 교육의 순수성을 찾을 수 있지만, 사회 현실과 교육이 맞지 않게 되면서 교육이 현실과 괴리된다. 또 외재적 교육만 신경을 쓰게 되면 교육을 통해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등한시되어, 사회적 필요에 의해 교육이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사고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사고가 지나치게 입시 대박이라는 외재적 목적이 강조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사고의 폐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사고는 입시 대박의 한 가지 길이었을 뿐이다. 자사고 하나가 사라진다고 외재적 목적에 치우친 교육은 변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잠재력은 보지 않고 단순히 국영수 위주로 흘러가는 수능이 성공을 위한 길이 되면서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사고가 입시 위주의 방향으로 흘러간 것일 뿐이다. 결국 이러한 흐름이 유지되는 한 제2, 3의 자사고 현상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오히려 그나마 자사고 때문에 분산되었던 학생들이 목동과 같은 교육특구로 찾아가게 되며 지역별 교육격차는 더욱 가속화될 여지도 존재한다.

 

외재적 목적의 교육만 강조하는 자사고를 고치기 위해서는 그 설립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획일화된 교육 속 학습자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살려주기 위해 자사고가 탄생했다. 비록 개성과 잠재력을 위해서 대학을 가야 하는 현실이 자사고를 입시학원화 시켰지만 이 문제가 자사고가 지닌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 본질은 입시이다.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입시에서 개성과 잠재력을 강조해 자사고가 설립 취지대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었으나, 이미 자사고 폐지의 물결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거스르기 힘들어 보인다. 자사고 폐지 문제가 내재적 목적의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문제 원인 중 하나를 해결했으니 이제 본질을 향해야 한다.

 

사고의 대규모 폐지가 내재적 목적을 위한 교육을 위한 출발일지 아니면 단순히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폐지시키려고만 하는 최종 목표일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되는 문제이다. 비록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자사고 폐지의 흐름 속에서 단순 폐지만이 최종목표가 아닌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이 조화를 위한 길이기를 바랄 뿐이다.

 

양동규기자 dkei82.nara@gmail.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7.10 15:54 수정 2019.07.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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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