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인생 만화경을 통해 보는 시사만화

이태상

 


언젠가 한국에서 의사와 변호사의 70% 이상이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종합 소득세 신고에서 밝혀졌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여기서 우스갯소리 한두 마디 해보리라.

 

미국에 어떤 구두쇠 수전노 노인 한 사람이 살았다. 평생토록 이 노인은 돈이 아까워 쓰질 못했다. 병원엔 의료비 물기 싫어서, 교회엔 연봇돈 내기 속상해서, 식당엔 그 비싼 음식값에다 팁까지 주기 억울해서, 가지 않고 안 쓰면서 그야말로 개미금탑(金塔) 쌓듯 모은 돈 한 푼이라도 세금으로 뺏기지 않으려고 그는 그 많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지도 않고 현금으로 집안 깊숙한 곳에 감춰 두었었다.

 

그러나 수명(壽命)이 다해 세상 떠날 날이 닥쳐오자 이 노인은 자신의 임종 자리에 의사, 목사, 변호사를 각 한 사람씩 불러 모았다. 그리고 돈 한 보따리씩을 주면서 내 무덤에 흙을 덮을 때 한 보따리씩 내 관 위로 던져 달라고 유언했다.

 

묘지에서 돌아온 세 사람이 멋쩍게 서로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제일 먼저 목사가 입을 열었다.

 

땅속에 묻어버리면 돈이 썩어 없어질 테고, 아니면 그 돈을 탐내는 사람들이 무덤을 파헤쳐 버릴 테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더 많은 영혼을 구원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새 교회를 크게 신축하는 데 그 돈을 쓰기로 하고, 그 돈 보따리 대신 하나님 이름으로 내가 대신 사인한 영수증을 관 위로 던져 넣었소.”

 

그러자 의사가 말했다.

 

수많은 사람의 손때 묻었을 돈에는 수많은 병균이 우글거리고 그 병균 바이러스들이 썩는 시체에서 생기는 새로운 병균 바이러스들과 합세해 그 어떤 무서운 전염병이라도 이 고장에 퍼뜨릴는지 몰라 이를 예방하고 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기 위해 내 병원을 더 크게 증축하는 데 그 돈을 쓰기로 하고 나는 내가 맡은 돈 보따리를 내 병원 소독실에 잘 보관해 두었소.”

 

이 말을 받아 변호사가 말했다.

 

나는 고인이 사후에라도 탈세나 어떤 다른 죄목으로 기소될 경우에 대비해 그의 변호를 위한 수임료로 그 돈을 그의 법적대리인 자격으로 나만 아는 은행 비밀 계좌에 예치해 두었소.”

 

우리말에 중이 고기 맛을 보면 절간에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저 고대 그리스의 노예로 이야기꾼이었던 이솝(Aesop 620-564 BCE)의 우화(Aesop:s Fables)에서는 양측 벼룩의 간을 빼내어 먹는 것이 송사(訟事)의 중재인(仲裁人)’이라고 했다.

 

또 영국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지방 치안 판사 셋이 날이 어두워진 다음에도 전등불을 켜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고 가다 순경 아저씨에게 걸렸다. 다음 날 치안 재판 법정에서 세 피고인은 차례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셋 중에 두 피고 판사가 우선 재판관석에 올라 앉고 남은 한 피고 판사가 피고인석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피고인 모두 법법 사실을 시인, 복죄하여 벌금 일 파운드씩 물었다. 그런데 세 번째로 피고인석에 내려선 피고인을 바라보며 이미 각각 벌금형을 받고 재판관석에 올라앉은 두 판사는 잠시 머리를 맞대고 의논 끝에 판결을 내렸다.

 

오늘 아침 이 법정에서 다루게 된 똑같은 범법행위가 세 번씩이나 반복된 세 번째 사건인 만큼 재판부는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 이 사건의 피고인을 일 개월 징역에 처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와 같은 시사만화가 펼쳐지는 것을 우리는 인생 만화경을 통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11 11:32 수정 2020.09.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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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