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사랑의 주문(呪文)-사슴의 노래

이태상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22 10:54 수정 2020.07.22 11:43

 

시련은 인생을 아름답게 한다'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왕위를 이어받게 된 영국의 왕 조지 5. 그에게 왕의 자리는 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 조지 5세는 막중한 책임감과 긴장감에서 오는 불안으로 날마다 힘들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작은 도시에 있는 한 도자기 전시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도자기 작품을 관람하면서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크게 감탄하던 조지 5세는 두 개의 꽃병만 특별하게 전시된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두 개의 꽃병은 같은 재료를 사용하였고, 무늬까지 똑같은 꽃병이었지만 하나는 윤기가 흐르고 생동감이 넘쳤는데 다른 하나는 전체적으로 투박하고 볼품없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조지 5세는 관리인에게 물었다.

 

어째서 같은 듯 같지 않은 두 개의 꽃병을 나란히 진열해 놓은 것인가?”

 

그러자 관리인이 대답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나는 불에 구워졌고, 다른 하나는 구워지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아서 고난과 시련은 우리 인생을 윤기 있게 하고 생동감 있게 하며 무엇보다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특별히 함께 전시해놓은 것입니다.”

 

내 세 딸이 어렸을 때 밤이면 애들 잠들 때까지 내가 읽어주던 동화 중에 '쪼끄만 까만 수탉' 이야기가 있다. '꼭끼독 꼬끼오' 하고 쪼끄만 수탉 한 마리가 아침이면 닭장 위에 올라서서 울었다. 때로는 '꼬꺄독 꼭꾜' 하기도 했지. 제 목청이 얼마나 좋은가 뽐내면서. 그렇지만 이 쪼끄만 수탉은 제가 살고있는 닭장이 구질구질하고 지겨워졌다.

 

그는 제 몸이 새까만 대신 번쩍번쩍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이었으면 했고 좁은 닭장을 떠나 넓은 세상 구경하고 싶었다. ‘꼭고댁 꼭꼭하고 울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하루는 큰맘 먹고 닭장을 떠나 세상 구경하러 나섰다. 얼마만큼 가다 보니 상점들이 많은 어느 마을이 나왔다. 한 상점을 들여다보니 눈부시게 번쩍거리는 물건들이 상점 안에 가득차 있었다. 그는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뒤편에 있는 커다란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주인아저씨를 보자 그는 말했다.

 

아저씨, 저는 쪼끄만 수탉 신세가 싫어요. 저도 아주 근사하게 황금빛이 되어 세상을 두루 보고 싶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아저씨.”

 

네가 정 그렇다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지. , 있고말고. 너 이 마룻바닥에 금가루 보이지. , 그럼, 이 바닥에 네 몸을 뒹굴리거라. 그러면 네 몸이 햇빛처럼 황금빛이 될 테니.”

 

주인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그는 신이 나서 금가루 속에 막 뒹굴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정말 황금빛이 될 때까지.

 

이때 마침 이 마을 성당 신부님이 성당의 성탑 꼭대기에 세울 바람개비를 주문하러 상점에 들리셨다.

 

신부님이 원하시는 물건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가게 주인아저씨는 이 쪼끄만 수탉을 가리켰다. ‘꼭끼어 댁 꼬끼오하고 그는 좋아서 목청껏 울었다. 곧 이 수탉은 성당의 성탑 꼭대기에 왕자처럼 올라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좀 있으니까 그는 혼자서 외로워졌다. 이것이 황금빛으로 근사하게 높이 올라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는 대가였다.

 

여기서 우리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의 우화집 선구자(先驅者 The Forerunner 1920)’에 나오는 바람개비 (The Weathercock)’를 감상 해보자.

 

바람개비

 

바람개비가 바람 보고 말했다.

넌 왜 늘 한 방향으로만

내 얼굴을 향해 불어오지.

단조롭고 지겹게도 말이야.

너 좀 제발 다른 방향으로

반대쪽으로 불어 볼 수 없겠니?

난 너 때문에 내가 타고 난

천성 천품 내 평정심(平靜心)을 잃고 있어.”

 

바람은 아무 대답하지 않고

허공 보고 웃을 뿐이었다.

 

The Weathercock

 

Said the weathercock to the wind.

“How tedious and monotonous you are!

Can you not blow any other way but in my face?

You disturb my God-given stability.”

 

And the wind did not answer.

It only laughed in space.

 

, 그래서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도 이런 말을 했으리라.

 

시련이 없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 없다는 거다. (Never to suffer would never to have been blessed.)”

 

우리가 보거나 보이는 모든 건 꿈속의 꿈일 뿐이다. (All that we see or seem is but a dream within a dream.)”

 

우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으로 사랑했노라.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 그래서 영국의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도 또 이렇게 말했으리라.

 

세상에 삶 이상의 부()와 재산이 없다. (누군가를 사모하고 또는 무언가에 경탄하며 찬미하는)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 말이다. (There is no wealth but life, including all its power of love, of joy, and admiration.)”

 

그렇다면 사랑 이상의 삶이 없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녕코 그렇다면 사랑 이상의 종교도 철학도 예술도 진실도 없지 않으랴. 어려서부터 내가 불러 본 사랑의 주문(呪文)’을 읊어 보리라.

 

별들의

만나고

헤어짐이

그 어느

누구의

뜻과

섭리에서인지

알 수 없어도

 

너와 내가

마주쳤다

떨어짐도

저 별들의

반짝임처럼

우리의

눈 한 번

깜짝함이리.

 

봄 여름

가을 겨울

눈 비 바람

오가는 것이

그 어떤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어도

 

너와 내가

이 세상에

왔다

가는

것도

저 풀잎에

맺히는

밤 이슬과 서리

아침 햇볕에

녹아 스러지듯

우리의

숨 한 번

맺혔다 지는

것이리.

 

하늘처럼

사람도

바람만

마시고

구름 똥

쌀 수 없어

우리 서로

잡아먹고

살 수밖에

없지만

 

우리 비록

꿈속에서나마

여우나 늑대

되기보다는

저 아득히

멀고 먼 옛날

옛적으로부터

솟구쳐

샘솟는

뜨거운

우리

그리움의

눈물이

끝없는 어느

땅 끝까지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저 깊은

산골짜기

시냇가에서

뛰노는

사슴이

되어 보리.

 

꿈이어라

꿈이어라

우리 삶은

꿈이어라

꿈속에서

꿈꾸는

우리 삶은

꿈이어라.

 

우리 삶이

꿈이라면

우리 서로

사랑하는

가슴에

수놓는

사슴의

꿈이어라.

 

우리 삶은

꿈이기에

꿈인 대로

좋으리라.

 

우리 삶이

꿈 아니라면

그 어찌

사나운

짐승한테

갈가리

찢기는

사슴의

슬픔과

아픔을

참아

견딜 수

있으리.

 

숨이어라

숨이어라

우리 삶은

숨이어라

숨 속에서

숨쉬는

우리 삶은

숨이어라.

 

 

우리 삶이

숨이라면

우리 모두

하늘

우러러

숨 쉬는

사슴의

숨이어라.

 

우리 삶은

숨이기에

숨인 대로

좋으리라.

 

우리 삶이

숨 아니라면

그 어찌

천둥 번개

무릅쓰고

뛰노는

사슴의

기쁨과

즐거움을

마냥

맛볼 수

있으리.

 

우리 서로

사랑하는

가슴이

준 말

사슴이

되어라.

 

인생이 소일거리가 아니라면 사랑 또한 탕진할 욕정이 아니고 성취할 자아완성이리. 사랑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지만, 사랑의 이슬방울 방울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비춰 주고, 그 속에 삶의 모든 열정과 힘이 들어 있으리.

 

소녀, 소년, 여자, 남자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가 다 누구나 하나같이 사랑과 삶을 나누는 사랑과 삶의 물방울들로 흘러흘러 코스모스바다로 가고 있으리. 봄에는 아지랑이로, 여름에는 소나기로, 가을에는 서리로, 겨울에는 눈꽃과 고드름으로 우리 모양새가 바뀌지만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전) 코리아타임즈 기자

전) 코리아헤럴드 기자

현)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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