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보내는 메이의 편지] 어머니날

어머니와 딸

사진=코스미안뉴스 DB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이 미국의 어머니날 인지도 몰랐어요. 미국에 계시는 엄마하고는 자주 통화를 하지만 오늘 이렇게 특별한 날을 잊고 있었네요. 딸이 너무 무심하죠! 그나마 바로 동생한테 전화해서 누나 대신 꽃을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아들이 카네이션도 달아주고 카드도 몇 군데에서 받았다고 좋아하시며 만족해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동생과 함께 엄마를 모시고 내년에는 셋이서 여행을 하기로 약속했어요. 전에는 어디 여행을 모시고 간다고 하면 너무나 적극적이셨는데 요즘은 어디 가시는 것도 나날이 힘이 달린다고 하시니 저의 마음도 날이 갈수록 급해지는 것 같아요.

엄마께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니 운동을 꾸준히 하셔서 조금이라도 체력을 기르라고 부탁드렸어요. 하나밖에 없는 딸이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자주 찾아보지도 못하고 죄송한 마음만 많이 드는군요. 요즘은 부모님 가까이 사는 게 효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침에 딸 해인이 하고 통화를 했어요. 어제는 울면서 전화가 왔는데 친한 친구가 핏속에 박테리아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을 한 상태라며 너무 속상해했어요. 요즘 학기말 시험기간이라 그동안 친구들한테 오는 전화도 안 받고 있다가 어제 만나 그 친구의 모습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고 친구될 자격도 없다며, 그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진작에 찾아가지 못 했던 것에 너무 죄책감을 느낀다고 해서 엄마로서 마음이 아팠어요. 이제 겨우 20살 된 아이들에게 혹시나 너무 큰 아픔을 경험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그 친구는 엄마가 와서 같이 곁에 있고 조금 호전되어가고 있다고 하니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고 저의 딸도 마음의 안정을 좀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지난해에 아들같이 귀여워해 주던 친구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저의 딸과 하루 차이로 태어나서 아기 때부터 같이 키우다시피 했던 아이인데 그렇게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났으니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으며 같은 엄마로서 자식을 잃은 친구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저리게 아파와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딪히고 배우면서 살아나가야 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며 어떤 때는 너무 애잔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오늘 어머니날을 맞이해서 어머니란 존재에 관해 새삼 느끼게 하네요. 저는 엄마로서 또한 딸로서 어머니란 자나 깨나 늘 자식 걱정으로 살아가는 존재인 것을 알아요. 좋은 어머니날에 저의 편지 내용이 좀 어두워서 죄송해요.

영국에서 May 드림


이해산 기자
작성 2021.05.10 10:18 수정 2021.05.10 10:33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해산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