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라구요’의 자명한 이치

이태상

​​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도발 델타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고 한국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최고 단계가 적용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는 보도다.

 

2021721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칼럼 라구요의 역설에서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은 이렇게 적고 있다.

 

라구요의 역설

 

라구요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을 볼 수는 없었지만으로 시작해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라구요로 끝나는 강산에 노래인데 이산가족인 부모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사에 담았다고 한다.

 

가사에서 아버지는 죽기 전에 꼭 한번 고향을 가보고 싶어 했었다라고 간접화법으로 전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라고 말했다는 표현을 쓴 것이 너무 절절한 느낌을 준다. 라구요는 좋은 노랫말 가요상을 받기도 했고 20184월에는 강산에 씨가 평양공연에 참가해 고인이 된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불러 남북한 실향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었다.

 

장수시대인 요즘 나이와 연관된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강하게 격돌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70, 80 된 노인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몸을 흔들어대고 목청을 높인다. 1970년대에 방송국에서 인생은 60부터라는 텔레비전 공개 프로를 제작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의 80세가 대강 그때의 60세에 해당되기는 했었다. 그렇다고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니.

 

또 다른 한켠에서는 30대의 젊은 당 대표가 나와 꼰대는 가라고 소리를 치자 5060대의 정치인들이 나이 먹어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가 하면 청와대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 느닷없이 90년대 생 비서관을 임명했다. 남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부르고, 남들이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을 탐독한다고 라구요의 의미를 견강부회(牽强附會)할 일이 아니다.

 

나이 많은 게 벼슬이 아닌데 세상의 가치를 나이순으로 서열화하는 것도 나쁘지만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흥망성쇠를 온통 자기네가 짊어진 듯한 착각은 말아야 한다. 나이 든 사람 중에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고, 젊은이 중에도 매우 보수적이거나 시대정신과 역사 인식은 외면한 채 대중의 인기에만 휩쓸려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정치철학이나 식견이라고는 없는 사람이 남이 박수쳐 준다고 대통령선거에 나가겠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거니와 대통령이 무슨 어린이회장 자리도 아닌데 자기 아버지가 대한민국을 밝혀라고 했다며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것은 구상유취(口尙乳臭)한 행동이다. 대통령 할 사람은 라구요가 아니라 세상을 깨우치는 우렁찬 자기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지금쯤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이며 왜 대통령이 되려는 것인가에 대한 차분한 논리나 설명이 나와야 한다. 그런 모습들은 없이 장터에 나온 떠돌이 장사꾼들 마냥 호객행위만 요란하다. 야당이 그러면 여당이라도 모범을 보여야하련만 볼썽사나운 난타전만 벌이는 가운데 앞장선 사람 중 한쪽은 너무 가볍고, 한쪽은 너무 무겁고. 김대중 대통령처럼 두루 갖춘 인물이 아쉬운 시절이다.

 

이렇게 '두루 갖춘 인물(지도자)'가 나오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먼저 그런 인물이 돼야 하리라.

 

이런 뜻에서 지난 2020417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의 졸문을 우리 다 함께 되짚어보자고 아래와 같이 옮겨본다.

 

 

[이태상의 항간세설] 코스미안이 된다는 것은 영원한 젊음이어라

 

 

오우가(五友歌)는 고산 윤선도가 자연의 다섯 가지를 벗으로 상정해 쓴 여섯 수의 연시조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끈 작품으로 꼽힌다. 다섯 가지란, (), (), 소나무(), 대나무(), ()을 말한다.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는 보길도의 부용동에서 지은 작품으로, 어부의 사계절을 각각 10수씩 노래한 40수의 연시조이다. 여기서 어부란 생업으로서 고기를 잡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세상과 떨어져 강호에 은거하는 선비 즉 윤선도 자신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동풍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스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앞산은 지나가고 뒷산은 나아온다.

 

요즘 한낱 미생물에 정복당해 만물의 영장이란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실업자와 자택 근무에, 휴교령의 재택학습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집콕 신세가 되다 보니 코로나바이러스를 달래느라 혼술 홀찍 홀짝하면서 가정폭력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 절망감, 공포심, 공황장애 등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이럴 때 자발적(自發的)인 자가격리(自家隔離)의 선구자(先驅者) 두 사람이 떠오른다. 위에 일부 인용한 오우가어부사시사의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와 미국의 철학자 시인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917-1862) 말이다.

 

소로의 저작 중 월든(Walden: the Life in the Wood, 1854)’시민의 불복종(Resistance to Civil Government, 1849)’은 한글 번역본도 나와 있고 그는 잘 알려진 대로 대표적인 환경론자(environmentalist), 사형제도 폐지론자, 노예 해방론자 (abolitionist), 민속인류학자 (ethnologist), ()제국주의자 (anti-imperialist), 지구주의자(globalist)로 레오 톨스토이 (Leo Tolstoy, 1828-1910),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 그리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연(Nature)에 전적으로 몰입(沒入)함으로써, 그것도 식물과 계절과 별들과 네 발이나 날개 또는 지느러미 달린 모든 피조물에게 교육을 받아 배워야 한다고 확신한 소로는 이런 말을 했다.

 

우주 속으로 인간과 인간의 기구나 조직이 떼로 몰려드는 그 어떤 가치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I do not value any view of the universe into which man and institutions of man enter very largely.)”

 

혁명은 한 번에 한 사람씩 나 자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Revolution began at home, one person at a time)이라며 소로는 이렇게 역설한다.

 

우리 모두의 성공을 다 함께 누리려면 우선 우리 각자 한 사람씩 개별적으로 성공해야 한다. (We must first succeed alone that we may enjoy our success together.)”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명상(/暝想)에 침잠(沈潜)한 요가 수행자는 제 나름의 창조에 동참하는 것으로, ()의 향기(香氣)를 들이마시고 경이(驚異)로운 우주의 음악 소리를 듣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는, 드문 일이지만 때때로 나 또한그런 요가의 수행자가 된다. The yogi, absorbed in contemplation, contributes in his degree in creation; he breathes a divine perfume, he hears wonderful things. To some extent, even I am a yogi.”

 

, 정녕코, 고산 윤선도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우리보다 이 지구별에 먼저 왔다 간 코스미안들이었음에 틀림 없어라.

 

미국 예술가 작가 주나 반스(Djuna Barnes 1892-1982)죽음을 알게 허락받은 것이 삶(Life, the permission to know death)’이라고 했다.

 

이 말은 언제일지는 미정(未定)이지만 조만간(早晩間)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의식함으로써 우리 삶을 더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리라.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일 게다. 삶이 유한(有限)하기에 소중(所重)하지 않은가. 소풍(逍風)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고 하면 더 이상 소풍이 될 수 없지 않겠는가.

 

로마의 서정시인 호레이스(Quintus Horatium Falccus, known as Horace 65BC-8BC)한밤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One night awaits us all)’이라고 읊지 않았나. 그래서 티베트의 사자(死者)의 서() 바르도 퇴돌(The BVardo Thodol, commonly known as The Tibetan Book of the Dead)’ 같은 죽음의 여정을 인도하는 지침서인 죽음에 대한 안내서가 있겠지만, 알 수 없는 미지(未知)의 세계, 죽음에 대한 것보다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건 삶에 대한 것 아닐까. 미국 시인 새뮤엘 울만(Samuel Ullman 1840-1924)의 다음과 같은 말들은 아직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지표(指標)가 되리라.

 

사람이 사람다워진다는 것은 고귀한 위엄 있게 생각과 느낌을 말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이런 품위를 가늠하는 것은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얼마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갖느냐다. Maturity is the ability to think, speak and act your feelings within the bounds of dignity. The measure of your maturity is how spiritual you become during the midst of your frustrations.

 

청춘(靑春)은 인생의 한 시기(時期)가 아니고 정신상태(精神狀態)이다. 앵두 빛 뺨이나 붉은 입술 또는 유연한 무릎이 아니고 의지(意志)의 발로(發露)이고 상상의 날개이며 감정의 열정(熱情)이다. 생명의 깊은 샘으로부터 치솟는 싱그러움이다.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아무도 나이를 먹는다고 늙지 않고 이상(理想)을 저버릴 때 늙기 시작한다. 나이는 피부에 주름살을 만들지만 삶의 열정을 잃으면 영혼(靈魂)이 시든다. Nobody grows old merely by living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너는 네가 갖는 자신감만큼 젊고 네가 갖는 공포심만큼 늙는다. 네가 갖는 희망만큼 젊어지고 네가 갖는 절망만큼 늙는다. You are as young as your self-confidence, as old as your fears; as young as your hope, as old as your despair.

 

모든 사람 가슴 속에는 녹음실이 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희망과 용기의 환호성(歡呼聲)이 전달되는 한 너는 젊다. In the central place of every heart, there is a recording chamber; so long as it receives messages of beauty, hope, cheer and courage, you are young.

 

삶의 의욕(意欲)을 다 잃고 네 가슴이 비관(悲觀)의 눈더미와 냉소(冷笑)의 얼음덩이로 뒤덮이는 날, 그때 비로소 너는 늙어버린 것이다. When the wires are all down and your heart is covered with the snows of pessimism and the ice of cynicism, then, only then, have you grown old.

 

, 그러니 코스미안이 된다는 것은 영원한 젊음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7.23 08:28 수정 2021.07.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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